[ 박상익 기자 ]
다음달 24일 치러지는 독일 총선에서 앙겔라 메르켈 총리(사진)가 이끄는 집권 기독민주·기독사회당 연합의 낙승이 유력하다. 메르켈 총리의 리더십이 인정받고 있고 최대 경쟁자인 사회민주당이 판세를 뒤집을 기회를 얻지 못하고 있어서다. 총선 이후 정국 개편이 확실해진 상황에서 메르켈 총리는 “극좌·극우와는 연정하지 않겠다”는 단호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26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가 촉발한 세계적 불확실성이 메르켈 총리의 우세에 한몫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불확실성에 대한 반작용인 안정 지향성이 메르켈 총리의 리더십 스타일과 맞아떨어진다고 분석했다. 선거를 앞둔 기민당 내부에선 ‘매일매일 워싱턴에 감사해야 할 정도’라는 말까지 나온다.
유럽 내 다른 나라보다 난민 위기를 상대적으로 덜 겪은 것도 메르켈 정부에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다. 독일 국민은 정부가 난민에 적대적이지 않으면서도 대규모 난민 유입은 피했다는 점에 만족하고 있다. 기민당 집회에 참석한 한 은퇴 간호사는 “독일은 부유한 나라이기 때문에 난민을 감당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사민당의 약세도 호재다. 사민당은 소득 불균형 해소, 교육 기반시설 투자를 통한 경제 부흥을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독일 경제가 안정적이어서 유권자들은 사민당을 대안으로 생각하고 있지 않다.
기민·기사당 연합의 총선 승리가 유력한 가운데 독일 안팎에선 총선 뒤 정치 지형 변화에 관심을 두고 있다. 각종 여론조사 결과 지지율에서 사민당을 15%포인트가량 앞서고 있으나 과반에는 못 미쳐 연정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친(親)기업 보수정당인 자유민주당과 녹색당이 연정에 참여하는 방법이 거론된다. 각당의 상징색인 검정, 초록, 노랑이 합쳐져 마치 자메이카 국기 색과 같은 ‘자메이카 연정’이 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박상익 기자 dir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