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 이어 한화까지…직격탄 맞은 방산업계

입력 2017-08-25 17:18
국세청, 고강도 세무조사 착수…세금탈루 포착 땐 형사고발
수리온 결함·K9 사고 겹쳐…한화테크윈 등 5개 계열사 긴장

전방위 사정에 KAI '쑥대밭'…은행 대출 중단에 자금조달 차질
"불신 조장…해외 수주길 막혀 60여 협력업체 줄도산 위기"


[ 안대규 기자 ]
국세청이 한화그룹 방산 계열사인 (주)한화, 한화테크윈, 한화지상방산 등에 대해 특별 세무조사에 들어갔다. 조사 결과에 따라 검찰 고발까지 이어질 수 있어 한화그룹 경영진은 초긴장 상태다. 대기업의 비자금 조성이나 탈세 혐의를 밝혀내는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이 나섰기 때문이다. 방산업계에선 한국항공우주산업(KAI)에 이어 한화그룹에 대해서도 사정당국이 칼끝을 겨누면서 해외 수주 등 정상적인 영업활동에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서울국세청 조사4국은 지난 24일 서울 청계천로 한화빌딩에서 회계와 재무 관련 자료를 압수해 갔다. 국세청이 100여 명의 인력을 투입한 이번 조사는 5년에 한 번 시행하는 정기 세무조사가 아니라 특별 세무조사다. (주)한화는 2015년, 한화테크윈은 2013년 이미 세무조사를 받았다. 세무당국의 한 관계자는 “국세청 조사국에서 상당한 내사를 통해 추징세액까지 예상해 놓고 조사에 들어간 것으로 안다”며 “검찰 조사를 전제로 들어갔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국세청 내부에서는 이번 조사가 연말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 조사가 방산 비리와도 관련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검찰이 지난달부터 KAI에 대해 대대적인 수사에 들어갔지만 결정적인 혐의를 찾는 데 실패하면서 불똥이 한화그룹으로 튄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한화테크윈은 KAI가 제작한 국산 헬기 ‘수리온’에 면허생산한 엔진을 납품하고 있다. 감사원은 지난 7월 KAI에 대한 감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한화테크윈이 만든 수리온 엔진의 결함 문제에 대해서도 지적한 바 있다.

한화그룹은 2015년 삼성테크윈(현 한화테크윈), 삼성탈레스(한화시스템), 2016년 두산DST(한화디펜스)를 잇따라 인수하며 국내 방산 분야의 최대 기업으로 올라섰다. 업계 관계자는 “국세청이 당시 삼성과의 빅딜 과정을 다시 조사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국세청의 또 다른 조사 대상이 된 (주)한화는 한화테크윈 모회사이자 한화그룹 지주사로 탄약과 미사일, 화약 등을 제조하고 있다. 한화테크윈은 자주포 사업부문을 지난달 분사한 한화지상방산에 넘겼고 전투기 엔진을 생산하고 있다.

한화그룹 조사 경험이 있는 전직 국세청 관계자는 “해외 자회사와의 거래 과정에서 세금 탈루가 발생한 것을 포착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번 조사를 서울국세청 조사4국이 담당했다는 점에서 최고경영진까지 정조준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한화그룹은 박근혜 정부 때 삼성과의 ‘빅딜’로 급성장했다. 2015년 삼성의 방산계열사와 화학계열사(한화토탈, 한화종합화학) 등을 인수하면서 자산이 16조7000억원 증가해 당시 재계 순위 10위에서 현재 8위로 올라섰다.

방산업계는 사정당국의 잇따른 조사에 비상이 걸렸다. 한화테크윈은 지난 18일 강원 철원군 지포리사격장에서 폭발사고가 발생해 군 장병 두 명이 숨진 ‘K9자주포’를 제작한 기업이다. 군당국은 사고 원인을 밝혀내기 위해 한화테크윈 등 연관업체를 조사하고 있다. 노르웨이 터키 이집트 수주를 추진 중인 한화테크윈은 연이은 악재에 난감한 상황이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수출산업으로 육성해야 할 방위산업이 정권교체 때마다 통과 의례처럼 진행되는 검찰 수사와 각종 규제로 글로벌 경쟁력을 상실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KAI는 임직원 비리, 분식회계설 등 검찰 수사 내용이 일부 공개되면서 해외 수주와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은행들은 분식회계 우려 때문에 신규 대출을 중단하고 기존 대출 연장도 막은 상태다. 삼일회계법인이 지난 반기보고서에 ‘적정’ 의견을 냈지만 금융감독원 감리가 계속되기 때문이다. KAI 대주주인 수출입은행 관계자는 “은행 내부 시스템상 ‘분식회계가 아니다’는 금감원 결정이 나오기 전까지는 신규 여신을 취급할 수 없다”고 말했다.

KAI가 상환해야 할 만기도래 기업어음(CP)은 올해 말까지 3500억원에 달한다. KAI 노조는 24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KAI와 협력업체 60여 곳이 줄도산 위험에 처해 있다”며 “비리와 별개로 방산·항공산업 전반을 불신하는 분위기를 조성하면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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