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백·헬스장까지 서비스 확산
600조원 시장으로 폭발적 성장
'공유' 간판만 붙으면 투자 몰려
자금지원 받은 기업들 수익 '0'
개인 간 '공유 거래' 거의 없어
"기업들 임대사업으로 전락"
[ 베이징=강동균 기자 ] 중국의 수도 베이징에 최근 4~5㎡ 크기 작은 부스 안에 러닝머신을 갖춘 ‘공유 헬스장’이 등장했다. 스마트폰으로 앱(응용 프로그램)을 내려받아 회원 등록을 한 뒤 보증금 99위안(약 1만6700원)만 내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 이 같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미파오라는 회사는 올해 말까지 베이징 시내에 1000개 이상의 부스를 설치할 계획이다. 이 회사는 이미 여러 벤처캐피털로부터 수천만위안을 투자받았다. 기업 가치는 1억위안에 이르는 것으로 평가된다.
자전거부터 휴대폰 보조배터리, 우산, 농구공, 유모차, 헬스장 공유까지 중국에서 공유 서비스가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수많은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과 투자자가 앞다퉈 뛰어들며 시장 규모가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하지만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이들 서비스가 ‘공유’라는 이름을 앞세워 자금만 빨아들일 뿐 실제론 ‘임대사업’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공유경제 시장, 연평균 40%씩 성장
지난 14일 상하이의 지하철역 출입구엔 공유 우산 거치대가 설치됐다. 보증금 39위안을 내고 등록한 뒤 비가 내리는 날 거치대의 QR코드를 스캔해 열쇠를 풀어 우산을 이용할 수 있다.
베이징 중관춘에는 근무 중 쉬는 시간에 눈을 붙일 수 있는 ‘공유 수면방’이 문을 열었다. 모바일 메신저 위챗을 통해 루이비통, 구찌, 샤넬 같은 명품 가방을 공유하는 서비스도 나왔다.
중국의 공유경제 시장은 세계 1위 인구를 바탕으로 빠르게 커지고 있다. 중국국가정보센터가 내놓은 ‘공유경제 발전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공유경제 시장은 지난 5년간 매년 평균 40% 성장했다. 지난해 시장 규모는 3조4500억위안(약 584조원)으로 전년 대비 103% 커졌다. 공유경제 이용자는 약 6억 명, 서비스 종사자는 6000만여 명으로 집계됐다. 공유경제 플랫폼으로 만들어진 일자리는 585만 개로 조사됐다. 공유경제가 2020년 중국 국내총생산(GDP)의 10%, 2025년에는 20%까지 차지할 것이란 전망이다.
◆수익 내는 기업은 없어
중국 최대 차량 공유 서비스 기업인 디디추싱이 성공한 것을 계기로 공유경제를 내세운 중국 기업에 막대한 돈이 몰리고 있다. 공유 자전거 열풍을 몰고 온 오포와 모바이크의 주요 투자자는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 알리바바와 최대 인터넷 기업 텐센트다. 두 회사가 쏟아부은 자금만 86억6000만위안에 달한다. 지난해 공유경제에 투자된 돈은 1710억위안으로 전년보다 130% 증가했다.
요즘 중국에서 가장 각광받고 있는 공유경제 모델은 자전거 공유 서비스다. 2014년 오포가 처음 선보인 이후 시장 규모가 지난해 12억3000만위안으로 커졌다. 서비스가 시작된 지 3년도 채 지나지 않았는데도 50개 기업이 뛰어들었다.
하지만 정작 수익을 내는 업체는 한 곳도 없다. 자전거 공유 시장의 90%를 장악하며 ‘양강 구도’를 형성하고 있는 오포와 모바이크도 아직 이익을 얻지 못하고 있다. 지난 6월 충칭에서 ‘우쿵’이라는 서비스를 운영하던 잔궈과기유한공사가 공유 자전거업체 처음으로 서비스를 중단했다. 지난달엔 베이징에 기반을 둔 3V바이크가 도산하면서 공유 자전거 사업에 대한 회의론이 커지고 있다.
◆“공유경제는 잉여 자원 나누는 것”
SCMP는 정부가 내놓은 보고서엔 공유경제의 개념이 규정돼 있지 않다며 중국의 공유경제는 에어비앤비나 우버와는 다르다고 지적했다.
우버차이나의 창립 멤버였던 탄징은 “공유경제는 개인 간 거래다. 그것이 사회의 잉여 자원을 최대한 활용하기 위한 방법”이라며 “시장 이곳저곳에서 놀리는 자원을 가져다가 개인에게 제공하는 것이 진정한 공유경제”라고 말했다. 중국 대형 부동산그룹인 소호차이나의 판스이 회장은 “공유경제는 사용 빈도는 낮지만 가치는 높은 것을 나누는 것”이라며 “자전거나 우산 등 값싼 제품을 나누는 것은 공유경제가 아니다”고 했다.
전문가들도 경제관찰, 아이메이 등 경제 전문 사이트를 통해 공유경제의 허구성을 들춰내고 있다. 한 전문가는 “공유 서비스를 한다는 기업들은 제품을 대량으로 구입한 뒤 이를 개인에게 대여해주고 있다”며 “공유라는 이름을 머리에 올려놓고 있을 뿐 B2C(기업과 개인 간) 임대사업에 지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실제 모바이크는 서비스하는 자전거를 자체 공장에서 생산한다. 오포 역시 자전거 생산업체에서 서비스에 필요한 자전거를 구매하고 있다.
벤처캐피털 VC스마트의 슈환 최고경영자(CEO)는 “공유라는 이름을 내세우면 투자자에게 자금을 유치하기가 훨씬 쉽다”며 “투자자들도 혹시 나올지 모를 제2, 제3의 디디추싱을 놓치지 않기 위해 앞다퉈 돈을 쏟아붓고 있다”고 전했다.
베이징=강동균 특파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