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변 전성시대… 변호사의 5%가 법조여론 '좌지우지'

입력 2017-08-22 18:44
민변, 문재인 정부 '막강 인력풀'로
청와대·정부·사법부 등 요직 포진
국정철학 공유하며 개혁 도와
외곽 측면지원 인사들도 즐비

1000명이 변호사 2만명 대변?
북한 이슈·통진당 해산 반발 등 소수·비주류 옹호…편향성 논란
"다수 국민 정서와 괴리" 비판도


[ 이상엽 기자 ]
문재인 정부 들어 진보 성향인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들의 모임’(민변)이 막강한 인력 풀(pool)로 부상하고 있다. 사법개혁을 주요 국정과제로 제시한 만큼 민변 출신 인사들이 청와대 법무부 등 사법 관련 주요 요직으로 대거 진입하고 있다. 참여정부 당시 노무현 대통령이 민변 출신을 잇따라 요직에 등용한 것과 비교하기 힘들 정도의 과감한 발탁이 이어지고 있다는 평가다.

이들은 문재인 대통령과 국정 철학을 공유하면서 새 정부의 각종 개혁 작업을 주도하고 있다. 하지만 민변은 다수 국민의 생각과는 거리가 있는 ‘지향’을 보일 때가 많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민변 출신들이 국정 운영의 중심 축을 이루면서 ‘이념 쏠림’ 현상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민변 회원들 요직에 잇달아 발탁

민변 출신은 새 정부 출범 이후 청와대를 비롯해 행정부와 사법부에 골고루 진출 중이다. 청와대에선 백원우 민정비서관을 돕고 있는 이광철 행정관이 민변 소속 변호사다. 그는 2008년 광우병 촛불시위 때 구속된 시민의 변호를 맡는 등 사회 이슈에 적극 참여해왔다.

행정부에선 지난 9일 발족한 법무부 산하 법무·검찰개혁위원회에 민변 출신이 대거 진입해 눈길을 끌었다. 위원 17명 가운데 김남준·김진 변호사, 정한중(한국외국어대)·차정인(부산대) 교수 등 4명이 민변 멤버다. 14일 국가인권위원회 사무총장에 임명 제청된 조영선 변호사는 인권 변호사로 민변 사무총장을 지냈다. 지난달 정부와 민간이 공동으로 구성한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및 제도개선위원회’ 소위원장도 맡고 있다.

사법부에선 지난 8일 문 대통령이 헌재 재판관으로 지명한 이유정 변호사가 대표적이다. 그는 민변에서 여성인권위원회 위원장을 지냈다. 이 변호사는 18대 대선에서 문 후보를 지지한 데다 올해 대선을 앞두고 더불어민주당의 인재영입 대상에도 포함된 것이 알려지면서 야당으로부터 자진사퇴 압력을 받고 있다.


◆‘외곽’에서도 민변 출신의 지원사격

외곽에서도 민변 출신의 측면 지원이 활발하다. 전해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적이다. 그는 역시 민변에 몸담았던 천정배 전 국민의당 대표가 설립한 법무법인 해마루에서 노 전 대통령과 함께 일하며 인연을 맺었다.

2004년 민정비서관으로 청와대에 들어가 2006년 민정수석을 지냈다. 민정비서관 시절 직속상관인 민정수석이 바로 문 대통령이었다. 민변 사무차장을 지낸 박주민 민주당 의원, 진선미·이재정 의원 등도 지원 세력이다.

대선 후보 시절 후원회장을 맡았던 김창국 전 국가인권위원장과 고영구 전 국가정보원장도 민변 출신이다. 감사원장을 지낸 한승헌 변호사는 18대 대선 당시 문 대통령에게 출마를 강력하게 권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변의 전·현직 회장들도 주목받고 있다. 대법원장, 대법관 후보로 꾸준하게 하마평에 올랐던 김선수 변호사는 노무현 정부 시절 대통령 사법개혁비서관을 지냈다. 법무부 장관 물망에 올랐던 민변 회장 출신인 백승헌·정연순·최병모 변호사 등도 이번 정부에서 언제라도 요직에 진출할 수 있는 인사들로 분류된다.

◆정책·사회 이슈에 전방위 개입

변호사는 판사 검사와 함께 법조 3륜(輪)으로 불린다. 공무원인 판·검사들은 활동이나 발언에 제약이 큰 반면 변호사는 상대적으로 자유롭다. 주요 사회이슈에서 민변의 목소리가 큰 이유다. 인권변호사들을 주축으로 1988년 회원 51명으로 출범한 민변은 약 1000명의 회원을 거느리고 있다. 전체 변호사의 5%가량에 불과한 인원이지만 사회참여에 워낙 적극적이어서 민변이 사실상 법률 전문가의 목소리를 대변한다는 지적이 나올 정도다.

소수·비주류를 주로 옹호하다 보니 민변이 국민 정서와는 괴리된 행동을 한다는 비판도 있다. 특히 북한 관련 이슈에서 편향성이 두드러진다는 평가다. 민변은 지난해 4월 중국에서 집단탈출한 북한 식당 여종업원 12명이 자발적으로 한국에 입국했는지 확인해달라며 지난달 28일 통일부를 방문해 요구했다. 민변은 작년 국가정보원에 여종업원 접견을 신청했다 거부당하자 국정원을 상대로 소송을 진행 중이다.

헌재가 2014년 11월 통합진보당 해산을 결정했을 때도 민변은 강력 반발했다. 민변은 지난해 2월 북한의 핵실험과 장거리미사일 발사 등으로 정부가 개성공단 가동을 전면 중단하자 청와대와 통일부를 상대로 개성공단 가동중단 조치의 법적 근거를 밝힐 것을 공개적으로 질의해 과도하다는 비판을 불렀다.

이상엽 기자 ls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