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최대 한류축제 LA '케이콘' 성황
[ 송형석 기자 ]
“아이 러브 K팝, 아이 러브 코리아.”
20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LA)의 스테이플스센터. 미국 프로농구(NBA) LA 레이커스 홈구장으로 쓰이는 이곳의 2만여 좌석이 매진됐다. CJ E&M이 연 ‘케이콘(KCON) 2017 LA’의 K팝 콘서트를 찾은 관람객들이다. 세븐틴, 워너원, 걸스데이 등 인기 아이돌그룹이 무대에 오를 때마다 미국 팬들의 함성이 공연장을 가득 메웠다. 상당수 관람객이 한국어 가사를 능숙하게 따라 불렀고, 좋아하는 스타의 이름과 응원 문구를 한국어로 써 온 사람들도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규모의 경제’ 가시화
지난 18일부터 사흘간 진행된 컨벤션과 19~20일 이틀 동안 열린 콘서트를 찾은 인원은 8만5000여 명. 케이콘이 시작된 2012년 이후 단일 행사 최다 관람객 기록이다.
케이콘은 ‘한류의 모든 것’을 모토로 CJ E&M이 세계 각지를 돌며 열고 있는 문화 행사다. 한국의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컨벤션과 K팝 콘서트를 결합한 것이 특징이다. “전 세계인들이 한국의 노래와 영화, 음식을 즐기게 하자”는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비전을 사업화한 것이다.
그동안 케이콘에 대한 평가는 엇갈렸다. ‘한류 전도사’라는 수식어와 함께 ‘만년 적자’ 사업이란 꼬리표도 따라 다녔다. 회사 관계자는 “첫 행사인 2012년 어바인 케이콘은 손실 폭이 10억원 이상이었다”며 “그룹의 전폭적인 지지가 없었으면 지금까지 사업을 이어올 수 없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분위기가 달라진 것은 올해부터다. 꾸준히 공을 들여온 덕에 관람객 숫자에서 ‘규모의 경제’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올해 CJ E&M이 뉴욕(6월)과 LA(8월)에서 벌어들인 케이콘 매출은 105억원이다. 100억원의 비용을 제하고 5억원의 수익이 발생했다. 5년 만에 첫 흑자다.
수익성이 개선된 가장 큰 이유는 글로벌 기업들의 협찬이다. 이번 행사에서도 미국 최대 통신사인 AT&T와 미국 점유율 1위 보험업체인 스테이트팜, 세계 2위 자동차 업체인 도요타 등 19개 글로벌 기업들이 스폰서로 참가해 20억원의 협찬 비용을 냈다.
티켓 가격도 비싸졌다. LA 행사 K팝 콘서트 티켓 가격은 일반좌석 기준으로 60~490달러(약 6만8000~55만8000원) 선이다. 미국의 팝스타 저스틴 비버 콘서트와 비슷한 수준이다. 컨벤션 행사도 한 사람당 15달러(하루 기준)를 내야 입장이 가능하다. 신형관 CJ E&M 음악콘텐츠부문장은 “미국 행사가 적자를 벗어나면서 멕시코, 호주 등으로 케이콘을 확대할 수 있는 여력이 생겼다”고 설명했다.
LA 한인 사회도 ‘들썩’
케이콘의 부수적인 경제효과도 상당하다. 화장품과 패션용품 등을 생산하는 한국의 중소기업들은 2014년부터 케이콘 기간에 맞춰 현지 유통 업체들을 만나 판로를 개척하고 있다. 한류에 대한 관심을 매출로 연결시킨다는 전략이다. 이번 LA 케이콘 행사에 앞서 지난 17일 열린 수출상담회에서도 35억원 규모의 계약이 성사됐다. 미국 생활잡화 할인점 티제이(TJ MAXX)를 비롯한 유통가 큰손들이 한국 화장품과 패션소품들에 큰 관심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LA 한인 상권도 ‘케이콘 특수’를 맛보고 있다. 케이콘이 열리는 8월이 되면 동포들이 주 고객이던 한국 음식점 손님 중 80~90%가 미국 현지인으로 바뀐다. 한국 화장품과 의류를 취급하는 매장들 역시 케이콘 기간 매출이 두 배 가까이 늘어난다.
로스앤젤레스=송형석 특파원 clic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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