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연·산 모범 모델로 성공
스타트업 등 200개 기업 입주 … 기업 맞춤 교육으로 취업률 70%
창업 대학으로 패러다임 전환
사무실 무료로 내주고 컨설팅 … 청년 창업가 육성 '원스톱 지원'
[ 박진우 기자 ]
‘학(대학)·연(연구소)·산(산업체) 클러스터’의 선두 주자로 이름을 알리고 있는 경기 안산의 한양대 에리카(ERICA) 캠퍼스. 약 132만2300㎡의 부지 가운데 4분의 1에 해당하는 ‘클러스터 존’에 각종 연구소와 기업들이 빼곡히 입주해 있다.
김우승 한양대 에리카 부총장(사진)은 “에리카의 최대 자산은 학·연·산 클러스터의 장점을 십분 활용해 무한한 창의성과 개성을 꽃피우는 학생들”이라고 강조한다. 한양대 에리카 교육 혁신의 현장을 취재했다.
국내 최고 수준의 학·연·산 클러스터
에리카는 ‘Education·Research·Industry Cluster at Ansan’의 약자다. LG이노텍과 경기테크노파크, 한양대 창업보육센터 입주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등 200여 개 기업이 이곳에 둥지를 틀었다.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전기연구원 산업기술시험원 등 연구소에는 석박사급 연구인력 1600명이 기술 개발에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에리카는 졸업 전 기업이나 산업체에서 실무를 경험하는 현장 실습 분야에서 국내 최고 수준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해 현장 실습 참여 학생만 754명으로, 이들이 실습한 기업 수만 285개사에 달한다. 현장 실습을 이수한 학생의 취업률은 비이수 학생 대비 평균 15% 이상 높게 나타난다.
광고홍보학과를 졸업한 최희재 씨(26)는 에리카의 학·연·산 클러스터 교육과정의 하나인 현장 실습 제도를 활용해 졸업과 동시에 소프트웨어(SW) 개발 회사인 이스트소프트에 취업했다. 최씨는 “정보기술(IT) 인력이 대부분인 회사에서 드문 마케팅 인력으로 현장 실습을 할 수 있었다”며 “회사에서도 많은 기회를 준 덕에 능력 개발뿐 아니라 정규직 전환에도 성공했다”고 말했다.
에리카는 철저하게 기업 현장 요구에 따라 맞춤형 교육이 이뤄진다. 에리카는 올해부터 전 학과에 걸쳐 ‘문제 기반 학습(PBL·problem based learning)’이라는 수업 방식을 도입했다. PBL은 300여 명의 산업계 자문위원단이 기업 니즈를 반영해 제시한 문제를 학생들이 직접 해결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단과대학별로 회의 공간인 PBL룸을 마련했다.
유전 알고리즘을 이용한 빅데이터 분석으로 ‘제1회 미래에셋대우 빅데이터 페스티벌’에서 1등을 차지한 대학원생 안길승 씨(25)는 “학부 3학년 때 수강한 데이터마이닝 수업을 통해 세상의 무수한 데이터로 우리 미래를 예측할 수 있다는 데 흥미를 느꼈다”고 말했다. 그는 “학부 특성화 과정으로 배운 내용들에서 ‘유전 알고리즘’ 아이디어를 떠올릴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에리카는 2013년부터 전략적으로 로봇공학과를 비롯한 특성화학과 7개를 지정해 기초이론부터 아이디어를 현실화하는 단계에 이르기까지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지난 6월3일 로봇공학과 3학년 학부생들로 구성된 팀 ‘링커(Linker)’가 미국 플로리다에서 열린 국제로봇대회 ‘로보페스트’에서 대학부 우승을 차지한 것이 대표적 사례다. 링커의 일원인 배종학 씨(23)는 “학기 중에 특성화 과목인 설계 과목을 수강하면서 학과 과정을 통해 배워온 코딩으로 로봇을 구현할 수 있었다”고 했다.
로봇 이론부터 제작에 이르기까지 이들을 지도한 한재권 융합시스템학과 교수는 “학생들의 자발적인 도전과 노력으로 이룬 결과라 더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산학 협력의 성과물은 모두 학생 몫”
에리카 캠퍼스의 학·연·산 협력 노하우는 교육부가 주도하는 ‘산학협력선도대학(LINC) 육성사업’에서 국내 대학 가운데 5년 연속 전국 1위에 선정된 핵심 요인으로 꼽힌다. LINC는 교육부가 산업체 수요와 대학 역량을 결합하고 창업을 권장할 목적으로 진행한 사업이다. 에리카 캠퍼스는 교육부가 올해부터 시작한 ‘사회맞춤형 산학협력 선도대학 육성사업(LINC+ 사업)’에도 선정돼 2021년까지 국비 268억원을 지원받는다.
한양대 관계자는 “기존 LINC 사업에서 진행해온 학·연·산 연계 프로그램이 꾸준히 지속돼 왔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고 전했다. 산업연계 교육활성화 선도대학(프라임)사업 대형 부문(수도권 3개 대학)에도 선정되면서 3년간 450억원을 지원받을 예정이다.
에리카가 갖춘 국내 최고 수준의 학·연·산 클러스터의 인프라와 LINC 사업 지원금은 학생 창업의 마중물이 되고 있다. 1인 가구 생활정보 콘텐츠 플랫폼인 노잉커뮤니케이션즈의 허지웅 대표(26)는 모교 에리카의 지원으로 창업의 꿈을 이뤘다. 지난해 LINC 사업 지원금으로 열린 에리카 창업경진대회에서 500만원의 상금을 탔고, 이 자금으로 서울에 사무실을 구할 수 있었다. 창업 초기였던 지난해 7월 학교 지원을 받아 글로벌비즈니스 과정과 요즈마그룹 엑셀러레이팅 프로그램을 이수하면서 스타트업 경영 노하우도 체득했다.
노잉커뮤니케이션즈는 서울 사무실과 학·연·산 클러스터지원센터 4층에 있는 ‘놀리지팩토리(knowledge factory)’에서 콘텐츠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놀리지팩토리의 사무 공간 사용료는 물론 창업교육 컨설팅 등이 모두 무료다. 노잉커뮤니케이션즈는 운영한 지 1년여 만인 현재 구독자 수가 50만 명에 이른다.
학부 2학년부터 교육용 드론(무인 항공기) 개발 사업을 꿈꿔온 이상준 WHIT 대표(26)는 지난해 5월 창업에 성공했다. 교내 ‘LINC 사업단’ 지원 사업에 선정된 덕에 손수 교육용 드론과 교육용 키를 제작할 수 있었다. 에리카 캠퍼스는 놀리지팩토리에 WHIT 사무실도 마련해 줬다. 그는 “이곳에 자리잡은 벤처기업 대표들과도 만나 기술뿐 아니라 사업 노하우에 관련해서도 배우는 게 많다”고 했다.
테크노프로덕트디자인학과에 재학 중인 최은지 씨(25)도 LINC+ 사업의 지원을 받아 놀리지팩토리 내 창업 동아리인 ‘토이추러스(ToyChurros)’에 입주했다. 최씨는 ‘보리의 달콤한 날들’ 이라는 캐릭터를 제작해 카카오톡에서 이모티콘으로 판매하고 있다. 일본 등 해외에도 진출하겠다는 것이 그의 목표다.
김 부총장은 “학생들에게 모든 재정적 성과를 돌려준다는 것이 원칙”이라며 “앞으로 학·연·산 협력을 통해 거둔 성과를 학생들에게 효율적으로 재투자하는 데 방점을 둘 것”이라고 다짐했다.
박진우 기자 jw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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