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강현우 산업부 기자 hkang@hankyung.com
[ 강현우 기자 ]
올해 국내 제조업체의 경영실적을 좌우할 통상임금 소송이 2심에서 뒤집어졌다. 광주고등법원이 지난 18일 내놓은 금호타이어 판결에서다. 재판부는 1심에서 부정된 회사 측의 ‘신의성실의 원칙(신의칙)’ 항변을 받아들였다. “노사의 기존 합의를 벗어나 예상외 이익을 추구하는 근로자의 통상임금 확대 청구로 경영에 중대한 어려움이 발생하면 신의칙에 위반된다”는 법리다.
금호타이어 직원의 지난해 평균 연봉은 6900만원이다. 이들의 통상임금 확대 청구가 인용되면 1인당 4400만원(원고가 승소한 1심 기준)을 더 받게 된다. 연봉의 3분의 2에 해당하는 목돈을 한 번에 받는 셈이다.
재계에선 이번 금호타이어 판결에 대해 “2013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취지를 제대로 반영했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대법원이 “정기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포함된다”고 판단한 게 노동조합의 보호를 받는 고임금 대기업 근로자에게 수천만원을 더 주기 위한 것은 아니라는 주장이다.
근로기준법에는 연장근로 시 통상임금의 150% 이상을 지급하라고 규정만 있을 뿐 통상임금의 정의는 없다. 통상임금 범위가 어디까지인지, 특히 연 수백%의 정기상여금이 포함되는지를 두고 논란이 지속되자 고용노동부는 1988년 ‘정기상여금은 통상임금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해석을 내놨다.
노사는 행정해석에 따라 30여 년간 상여금을 통상임금에서 빼고 매년 임금 수준을 정해왔다. 그런데 2000년대 중반 근로자들이 잇달아 통상임금 확대 소송을 제기하고 나섰다. 대부분 민주노총 산하 사업장에서 소송이 제기됐다는 점에서 재계에선 통상임금 소송을 ‘기획소송’으로 해석하고 있다.
대법원은 ‘정기적으로(정기성), 근로자 모두에게(일률성), 추가 조건 없이 일한 시간에 따라(고정성) 지급하는 상여금은 통상임금’이라고 판결했다. 그러면서도 노조가 있는 대기업의 고임금 근로자의 추가 임금 청구를 제한하는 법리로 신의칙을 제시했다.
금호타이어 등 일부 사건이 2심에서 뒤집어지긴 했지만 여전히 1심에선 신의칙을 부정한 사례가 많다. 민주노총이 기획소송을 통상임금뿐 아니라 휴일근로 중복할증 소송, 하청업체 직원의 원청 정규직 지위확인 소송 등 전방위적으로 벌이고 있다.
휴일근로 중복할증 소송의 골자는 휴일에 근무할 때 연장근로 수당(통상임금의 150%)에 휴일근로 수당(통상임금의 150%)을 중복해 휴일근로에 통상임금의 200%를 지급하라는 주장이다. 14건의 소송이 대법원에 계류 중이며, 이 중 11건은 하급심에서 중복할증을 인정했다.
하청업체 직원의 원청을 상대로 한 근로자 지위확인 소송에서도 법원은 근로자 편을 들어주는 추세다. 민주노총은 제조업에서 파견근로를 활용하면 원청 직원으로 간주한다는 규정을 활용해 하청업체 직원들의 소송을 주도하고 있다. 사내하청은 기업이 경기 변동에 대응하기 위해 파견 대신 활용하는 수단이지만 파견과 사내하청의 경계가 모호해 분쟁이 끊이질 않는다.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 사건에서 법원은 2심까지 포장, 물류, 청소 등 직접 생산공정과 관계없는 하청업체 직원까지 모두 원청 직원이라고 판결해 논란이 일었다.
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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