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과학계 90분간 이색 실험
성층권에 연구용 제트기 띄워 달 그림자 쫓는 프로젝트
태양 폭발 때 나오는 '코로나', 중력에 빛 휘는 현상 등 관측
[ 박근태 기자 ]
21일(현지시간) 북미 대륙을 서쪽에서 동쪽으로 가로지르는 ‘개기일식’(달이 해를 완전히 가리는 현상)을 앞두고 미국 전역이 들썩이고 있다.
▶본지 7월10일자 A20면 참조
1918년 이후 99년 만에 미국 10개 주를 가로질러 이뤄질 세기적 천문 이벤트에 과학계도 그 어느 때보다 흥분하고 있다. 달이 햇빛을 완전히 가리는 동안 달 그림자가 드리운 폭 96~110㎞ 지역은 거대한 실험실로 바뀐다. 이 시간만큼은 과학자에겐 평소 꿈꿀 수 없던 연구를 할 절호의 기회다.
미국항공우주국(NASA)은 성층권에 항공기를 띄워 북미 대륙을 가로지르는 검은 달 그림자를 쫓는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달이 해를 완전히 가리면 산란광 때문에 평소 관측하기 어려운 태양에 가장 가까운 코로나를 관측하기 쉬워지기 때문이다. 코로나는 태양 둘레에서 태양 반지름의 몇 배나 되는 구역에 걸쳐 희게 빛나는 부분이다.
NASA는 연구용 제트항공기인 WB-57F 두 대를 동원해 코로나 사진을 찍을 예정이다. 성층권에서는 구름이나 대기 중 먼지에 영향을 받지 않기 때문에 더욱 깨끗한 사진을 얻을 수 있다. 이 정도 높이까지 올라가면 땅보다 20~30배 어두워서 깨끗한 사진을 얻을 수 있다. 코로나 관측에 제트기를 쓰는 이유는 달 그림자가 시속 2400㎞로 날아가기 때문이다. 환산하면 1초에 670m 가까이 날아가는 셈이다. 항공기에는 초당 30회씩 코로나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고성능 카메라가 실려 있다. 땅 위에선 최대 관측시간이 2분30초 안팎이다. 하지만 항공기는 개기일식 이동 경로를 따라 각각 최대 3분30초간, 둘을 합쳐 최대 7분간 찍을 수 있다.
코로나 연구는 실생활에서 매우 중요하다. 태양 폭발 때 쏟아지는 코로나 물질은 막대한 에너지를 포함하고 있어 지구 주변의 인공위성을 망가뜨리거나 통신, 전력 수송을 방해한다. 또 과학자들은 태양 주변의 코로나는 온도가 100만 도에 이르지만 태양표면 온도는 5500도에 머무는 이상한 현상을 이번 관측을 통해 규명한다는 계획이다.
천재과학자 아인슈타인의 이론을 검증하는 역사적인 관측도 98년 만에 이뤄진다. 영국의 천문학자 아서 에딩턴은 1919년 5월29일 아프리카에서 개기일식이 있을 때 태양 주변 빛이 아인슈타인이 예측한 대로 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아인슈타인은 1915년 엄청난 중력을 지닌 천체가 시공간을 뒤틀면서 주변 빛도 휘게 한다는 일반상대성 이론을 발표했다. 과학자들은 일식이 일어나는 90분간 에딩턴이 한 것처럼 태양 중력에 빛이 휘는 현상을 관측할 예정이다.
미국 각지의 국립연구소와 대학 연구진, 아마추어 천문가가 함께 촬영한 90분짜리 개기일식 영상도 이날 제작된다. ‘시티즌 케이트’로 불리는 이 프로젝트는 달 그림자가 지는 이동 경로를 따라 동일 규격의 망원경을 설치해 일식 모습을 기록하는 프로젝트다. 지금까지 제작된 개기일식 영상 가운데 가장 긴 분량이 될 전망이다.
한국에서는 이번 역사적인 일식을 볼 수 없다. 하지만 스마트폰 앱(응용프로그램)이나 웹사이트에 접속해 이번 일식을 간접적으로 볼 수 있다. NASA는 홈페이지와 앱을 통해 개기일식 현상을 생중계한다. ‘스미스소니언이클립스’ 앱과 ‘토털솔라이클립스’ 앱도 미국 각지에서 관측되는 개기일식 모습을 실시간 중계할 예정이다.
박근태 기자 kunt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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