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만 7500여명 난민 신청
동남아 중심서 국적 다양해져…난민 인정자 대부분 '내전' 관련
'박해 가능성' 구체적 입증이 관건
체류 연장위한 '꼼수' 악용도
난민심사 탈락해도 불복소 내면 최소 2년간 일하며 거주 가능
승소율은 0.07%에 불과
[ 고윤상 기자 ] 2011년 중동지역에서 발생한 ‘아랍의 봄’ 민주화 운동 당시 반(反)정부 시위에 참여한 요르단인 A씨가 난민 판결을 받았다. A씨는 법무부 난민 심사에서 기각됐지만, 법원을 통해 인정받는 0.07%의 확률을 뚫었다. 유튜브 동영상 등을 통해 시위 여부가 확인된 덕분이다. 중동인의 난민 인정은 흔치 않은 사례다. 정치적인 이유로 워낙 많은 중동 난민이 발생하면서 한국에까지 난민 신청이 이어지고 있다.
◆유튜브 동영상으로 ‘정치적 박해’ 입증
서울행정법원 행정1단독 차지원 판사는 A씨가 서울출입국관리사무소장을 상대로 “난민 지위를 인정해 달라”고 낸 난민 불인정 결정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고 20일 밝혔다. 난민은 인종·종교·국적·신분 또는 정치적 견해를 이유로 박해받을 가능성이 있어 살던 나라로 돌아갈 수 없는 사람이다.
A씨는 앞서 법무부 심사에서는 난민 지위를 얻지 못했다. 구체적 근거가 부족하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법원은 난민 사유인 ‘정치적 견해차’를 인정했다. 인터넷 기사나 유튜브 동영상을 통해 A씨가 2011년 1월부터 2014년 3월까지 반정부 시위에 참가한 점이 확인됐다는 게 법원 판단이다. 차 판사는 “정치적 박해에 관한 우려는 충분히 근거가 있는 공포라고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난민법에 명시된 난민 인정의 핵심 요건은 ‘박해 가능성’에 대한 구체적 근거다. 법무부 난민 심사는 제출받은 자료와 면접 등을 토대로 결정된다. ‘종교를 바꾼 탓에 돌아가면 탄압받을 것 같다’ ‘반정부 시위에 참여한 전력이 있어 경찰에 체포될지 모른다’ 등의 막연한 이유로는 난민 인정이 어렵다. 난민 인정률이 매년 2~3%대에 머무는 이유다.
A씨처럼 난민 심사 결과에 불복해 소송을 했다가 승소하는 사례는 가뭄에 콩 나는 정도다. 법무부에 따르면 2015~2016년 난민 불인정 결정 취소 소송 제기 건수는 4017건이다. 이 중 원고가 승소한 사례는 단 3건으로 승소율은 0.07%다.
◆급증하는 난민 신청과 소송
2010년 423건이던 한국으로의 난민 신청 건수는 2012년 1143건, 2014년 2896건, 2016년 7542건으로 급증세다. 1994년 난민법을 도입한 뒤 지난해까지 난민 인정자는 672명이다. 이 중 미얀마(226명), 방글라데시(96명), 에티오피아(88명), 파키스탄(47명), 콩고민주공화국(32명) 등이 내전과 관련된 이들이다. 법무부 관계자는 “우리는 주요 난민 발생 지역인 아프리카나 중동지역과 지리적으로 떨어져 있고 ‘박해 사유’에 해당하는 난민 신청건이 그나마 많지 않은 상황”이라고 전했다.
승소가 어렵지만 소 제기는 크게 늘었다. 2013년 172건에 그친 것이 지난해 2000건을 웃돌았다. 이에 따라 서울행정법원이 지난해 2월 전담재판부를 4개에서 8개로 늘렸다.
외국인 근로자들이 난민 신청 자체를 체류 연장의 꼼수로 활용해 남발하고 있다는 게 법조계의 설명이다. 난민 신청은 ‘안 하면 바보’라는 말이 외국인 근로자들 사이에서 공공연하다. 법무부의 난민 심사 소요기간이 평균 1년6개월이고, 결과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내면 다시 6개월~1년가량이 지나간다. 난민 신청과 불복 소송을 모두 진행하면 체류 기간을 최소 2년 정도 늘릴 수 있다는 얘기다.
난민 신청을 하면 6개월간 정부에서 1인당 매달 최저생계비 49만5879원이 나온다. 법무부는 2014~2016년 관련 예산 16억7500만원을 집행했다. 6개월이 지나면 기존에 일하던 직장으로 돌아가 소송 결과가 나올 때까지 일할 수 있다. 난민 심사 과정에 대한 전반적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 이유다.
고윤상 기자 k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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