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은빛의 패션야사] 직장까지 파고든 뮬 샌들, 원래는 실내화였다?

입력 2017-08-20 10:00
수정 2017-08-20 10:16
올 여름 공항을 오간 많은 여자 스타들이 '뮬 샌들'을 신었습니다.

걸그룹 AOA 멤버 설현부터 배우 이하늬까지 패션에 있어서는 남다른 감각을 자랑하는 연예인들이 모두 뮬을 선택했죠.

가수 아이비는 일상에서 뮬 힐을 즐겨 신는 모습을 인스타그램에 종종 올리기도 했습니다.

뮬(Mule)은 앞축이 막혀있는 슬리퍼 형태의 신발입니다. 올해 뮬 샌들은 일상까지 영역을 확장했습니다. 사무실까지 파고 든 건데요. 정장에도 잘 어울린다는 이유에서였죠. 앞에선 오픈토 구두로 보이니 격식을 차리기에도 적당합니다.

뮬은 원래 굽이 없는 신발이었습니다. 고대에서는 로마의 법관들이 신었던 신발로 알려져 있죠. 주로 빨간색이나 보라색 신발을 신었다고 합니다.

이탈리아에서도 뮬의 유행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중세 말 베네치아에서는 뒤가 트여있는 빨간색 실내화가 유행이었다고 합니다. 아마도 현재 실내에서 신는 슬리퍼와 같은 형태일 겁니다.

슬리퍼 형태의 뮬이 변화한 건 17세기부터였습니다. 당시 패셔니스타였던 태양왕 루이 14세도 뮬 샌들을 즐겨 신었습니다. 루이14세 초상화에서도 이를 찾아볼 수 있죠. 그림 속 화려한 옷의 루이14세는 흰색 타이즈를 신고 베이지색 뮬 구두를 착용하고 있습니다.

뮬은 프랑스에서 18세기까지 인기를 끌었습니다. 장 오노레 프라고나르의 그네(1767년)라는 작품이 그 증거인데요. 프랑스 로코코 미술의 마지막 대가라고 불린 그는 페트 갈랑트(우아한 연회)를 즐긴 한 여인의 발에서 날아가는 뮬 구두를 그렸습니다.

이후 1950년대 들어서 뮬은 '섹시한 신발'로 각인되기 시작했습니다. 마릴린 먼로가 즐겨 신으면서 인기를 끈 덕분이죠. 그의 생전 사진을 보면 뮬 구두를 신고 계단을 오르는 모습이 있습니다. 화보 속에서도 뮬을 즐겨 신었고요.

우리나라에서는 뮬 샌들이 자리잡는 게 쉽지만은 않았습니다. 1970년대 국내에서도 뮬 샌들을 신기는 했지만 비판 목소리가 더 많았죠. 1974년에는 '평상복에는 어울리지 않는 차림'이라고 뮬 샌들을 질타하는 기사까지 나오기도 했습니다.

1990년대 들어 개성이 중요해지자 뮬 샌들을 바라보는 시선도 달라졌습니다.

1996년 일본에선 10대 여성들을 사로잡은 히트상품으로 꼽히기도 했습니다.

올해 뮬 샌들은 다시 주목을 받았습니다. 금강제화에 따르면 올해 뮬 샌들 판매는 작년보다 2배 이상 늘었다고 합니다.

특히 올해는 롱 원피스 유행과 함께 뮬 샌들이 더욱 인기를 끌었습니다.

롱 원피스에 뮬을 매치하면 다리가 더 늘씬해 보이는 효과를 줄 수 있죠.

뮬 샌들은 와이드 팬츠에도 잘 어울리는 아이템입니다. 여름이 모두 사라지기 전에 뮬 샌들로 그동안 숨겨져있던 패션 감각을 뽐내보는 건 어떨까요.

고은빛 한경닷컴 기자 silverligh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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