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 배우기 좋은 혼다 S2000
15년째 보유하고 있어
“누구보다 정교한 운전이 꿈”
서킷을 울리는 우렁찬 배기음과 짜릿한 속도감, ‘카레이싱’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다. 극도의 긴장감 속에서 서킷을 완주 해내는 카레이서는 뛰어난 운전 실력을 자랑한다.
그들은 일상 생활에서 어떤 차를 탈까. 모터스포츠계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서한퍼플모터스포트 소속 카레이서 장현진 씨(사진)를 만나 카 라이프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 우연히 만난 운명
“그동안 많은 차를 몰아봤습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건 혼다의 'S2000'이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어요. 지금도 비를 피해 차고에 잘 보관하고 있습니다.”
장씨는 기아자동차 스포티지부터 메르세데스벤츠 GLC 쿠페, BMW M3, 메르세데스 AMG GT S 등 차를 여러대 보유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특별한 혼다 S2000을 접한 계기는 우연에 가까웠다.
그가 일하던 가게에 어느 날 손님이 찾아와 이 모델의 정비를 부탁했다. 그러면서 다음날 팔 예정이니 한 번 타볼 것을 권했다.
운전에 자신이 있었던 장씨는 차 키를 건네 받아 도로를 달렸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혼다 S2000은 쉽사리 운전대를 내어주지 않았다. 뒷바퀴가 밀리는 오버 스티어 현상이 나타나는 등 맹수처럼 날뛰었다.
“혼다 S2000을 처음 타본 날 정말 당황스러웠어요. 전륜 구동과 완전히 다른 주행 감각이 강렬했죠. 달리기에 충실한 차라서 운전을 많이 배울 수 있을 거라고 판단했습니다.”
이 차를 정복해 보고 싶다는 생각에 사로잡힌 그는 곧바로 중고차 매물을 찾아 나섰다. 손님이 맡긴 혼다 S2000은 이미 구매를 약속한 사람이 있었다. 장씨는 주변 지인을 동원해 무작정 찾아나서기 시작했다.
국내에 공식 출시되지 않은 혼다 S2000을 구하긴 어려웠다. 해외에서 직수입한 사람을 찾아야 했다. 아파트 주차장 등 방방곡곡을 돌아다닌 끝에 서울 강남구 선릉역 인근 빌딩 지하주차장에서 빨간색 혼다 S2000을 발견했다.
“어렵게 만난 혼다 S2000은 뽀얀 먼지를 뒵지어 쓴 채 있었어요. 연락처도 없었죠. 차를 박았다는 거짓말을 하고 경비 아저씨에게 연결을 부탁했습니다. 며칠뒤 만난 주인이 마침 해외 발령을 받았다며 흔쾌히 차를 팔더군요.”
당시 5000만원에 차를 산 장씨는 15년 동안 6만여㎞를 탔다. 이는 대부분 서킷을 달린 누적 주행거리다. 최근엔 1억원에 사겠다는 사람이 있었지만 팔지 않았다.
“혼다 S2000이 없는 공허함은 생각할 수 없습니다. 300마력짜리 좋은 차가 나와도 이 차로 평가받고 싶어요. 노심초사 아끼면서 아무런 사고 없이 오래오래 탈겁니다.”
◆ RC카 조종부터 시즌 챔피언까지
장씨는 아마추어 무대를 거쳐 차근차근 계단을 밟아 올라온 카레이서다. 유년시절 무선조종(RC)카에 빠져 살았다. 모아둔 용돈으로 책을 사 변속기 등 부품의 작동 원리도 공부했다.
RC카에 대한 관심은 자연스레 차로 쏠렸다. 그는 부모님이 사주신 첫 차 현대자동차 티뷰론으로 모터스포츠를 시작했다.
“현대차에서 티뷰론 드라이빙 스쿨을 연 적이 있어요. 짐카나 등에서 1위를 기록했죠. 그때 한 관계자 분이 카레이싱을 권유하면서 발을 들여 놓게 됐습니다.”
어려운 시기도 많았다. 직접 손을 본 차로 레이싱 대회에 출전했지만 좋은 성적을 올리는데 한계가 보였다. 우승 상금을 쏟아부어도 차를 완전히 튜닝하기엔 역부족이었다.
“카레이싱을 하는 과정은 ‘맨땅에 헤딩’하는 것과 같았어요. 당시 수입의 약 80%를 레이싱에 달리는 데 투자했죠. 아마추어 무대서 감각이 살아난 시기 큰아이가 태어났는데, 돌아보면 미안한 점이 많습니다.”
실제 모터스포츠계에서 스폰서가 있는 카레이서는 극소수에 불과하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도 꿈을 놓지 않은 장씨는 2015년 코리아스피드페스티벌(KSF) 제네시스 쿠페 10클래스 시즌 챔피언에 오르는 등 기록을 써내려가고 있다.
최근엔 완성차 테스트 드라이버와 강사 등으로 활동 영역을 넓혀 나가고 있다.
“그 누구보다 차를 정교하게 컨트롤하는 사람이 되는 것이 제 꿈입니다. 똑같은 코스를 가장 이상적으로, 동력 손실 없이 통과하고 싶어요. 우선 현재에 집중하면서 팀에 공헌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겠습니다.”
박상재 한경닷컴 기자 sangja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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