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팀 리포트] 2016년 성범죄 교사 135명 중 64명, 아직도 교실에 있다

입력 2017-08-18 18:43
수정 2017-08-21 11:46
교사 학내 성범죄 위험수위…징계교사 2년새 3배 늘어
수업 중 학생 휴대폰 수거…물증 확보하기도 어려워

신고 기피하는 학교
시끄러워질까봐 웬만한 사건은 쉬쉬
'원스트라이크 아웃제' 시행에도 성비위 사건 끊이지 않아

학교 믿느니 차라리 SNS
학생들 쉬쉬하는 학교에 불신 쌓여
사건 발생땐 시도교육청 신고 대신 SNS로 공론화해 알려


[ 구은서 기자 ]
“분필통에서 아까부터 불빛이 반짝거려.”

지난 6월 경남 창원시 N여고 2학년 A양은 교탁 위 분필통에서 점멸하는 수상한 불빛을 발견했다. 정규 수업이 모두 끝나고 자율학습이 시작되기 전 40대 남성인 담임 선생님이 교탁 위 분필통을 만지고 나간 직후였다. 분필통을 열어본 A양과 친구들은 작동 중인 360도 카메라 1대를 발견하고 비명을 질렀다. A양은 “카메라를 일찍 찾지 못했다면 교실에서 체육복을 갈아입는 모습까지 고스란히 찍혔을 것”이라며 몸서리를 쳤다. 학교에는 탈의실이 따로 없다.

학생들이 반발하자 해당 교사는 “수업에 활용하기 위해 카메라를 확인하는 차원에서 설치한 것”이라고 석연치 않은 해명을 내놨다. 학교 측도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학부모들의 항의 방문이 이어졌지만 학교 측은 상급 기관에 보고하지 않았다. 지난달 3일 국민신문고를 통해 민원이 접수되자 그제야 도교육청은 현장 조사에 나섰다.

성범죄로 징계받은 교사, 작년에만 135명

교사가 학교 안에서 성추행 성희롱 등 성범죄를 저지르는 사례가 끊이지 않고 있다. 18일 교육부에 따르면 성 비위로 징계를 받은 초·중·고교 교사는 지난해에만 135명에 달한다. 이 중에서 71명은 파면·해임 징계로 교단을 떠났다. 64명은 여전히 교편을 잡고 있다.

최근 경기 여주시에서는 2년여간 남성 교사 2명이 여학생 70여 명을 성추행한 혐의로 구속됐다. 피해자가 전교 여학생의 3분의 1에 달해 국민의 공분을 샀다. 이에 교육부는 지난달 31일 정부세종청사 교육부 회의실로 시·도교육청 교원인사 담당 과장들을 소집해 긴급회의를 열었다. 금용한 교육부 학교정책실장은 이 자리에서 “교원의 성 비위 사건에 엄정하게 대응해달라”고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교육부는 2015년부터 성범죄 교원의 형이 확정되면 당연 퇴직하도록 하는 ‘원 스트라이크 아웃’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그럼에도 성범죄로 징계받은 교원은 2014년 44명에서 지난해 135명으로 세 배 이상으로 늘었다.

교사 성추문에 쉬쉬하는 학교…“SNS로 공론화”

학교 측이 사건을 덮거나 축소하려는 사례도 적지 않다. 아동·청소년보호법에 따라 교원은 학생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를 인지하는 즉시 수사기관에 신고해야 한다. 고의로 은폐하거나 무대응하면 파면까지 가능하다. 그럼에도 창원 N여고처럼 신고가 제때 이뤄지지 않는 게 일반적이다. 서울의 한 고등학교 교감은 “학교가 시끄러워질까봐 웬만한 사건은 쉬쉬하는 분위기가 여전하다”고 털어놨다. 학교당국에 대한 불신이 쌓이다 보니 학생들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활용한 공론화를 택한다. 최근 서울교육청이 조사에 나선 S여중, C중 등은 모두 SNS를 통해 알려졌다.

대부분의 학교에서 ‘수업 분위기를 해친다’며 휴대폰을 걷어가는 것도 성희롱·성추행 신고를 어렵게 하는 요인으로 지적된다. 사진이나 동영상, 음성 녹취 등 ‘물증’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창원 N여고 피해 학생은 “증언 외에 녹음이나 촬영본이 없어 신고를 망설였다”고 했다.

학생 진술에만 주로 의존하다 보니 ‘유죄 추정’ 아래에서 무리한 조사가 이뤄지기도 한다. 지난 5일 전북 부안군의 중학교 수학 교사 송모씨(54)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게 대표적인 사례다. 송씨는 앞서 4월 학생들이 성추행을 당했다며 신고해 전북교육청 조사를 마치고 징계를 받을 예정이었다.

유족들은 “학생들이 뒤늦게 탄원서를 보내 교사의 무죄를 주장했다”며 반발하고 있다. 전북교육청은 18일 기자회견에서 “고인은 성희롱 혐의는 부인했지만 (학생의 무릎을 살짝 만지는 등) 단순 사실관계는 인정했다”며 “조사 과정에서 어떠한 강요나 협박은 없었다”고 해명했다.

“교사 성교육·수사기관과 공동 조사 강화돼야”

가해자·책임자에 대한 강력한 처벌은 물론 교사를 대상으로 한 성교육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교원들은 양성평등교육기본법 등에 따라 매년 1시간 성폭력·성매매 예방 교육을 받고 있다. 일반 회사원이나 공무원과 같은 수준이다. 신종호 서울대 교육학과 교수는 “교사는 매일 학생들을 마주하기 때문에 특히 높은 윤리적 기준이 요구된다”며 “교원을 대상으로 한 ‘맞춤형’ 성교육을 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성범죄 교사 대상의 재교육도 전무한 상태다. 교육부 관계자는 “아동·청소년보호법에 따라 교원들에게 성범죄 신고의무 등을 교육하고 있지만 견책 등 경징계로 끝난 성범죄 교원을 대상으로 한 성교육은 따로 없다”고 했다. 다만 일부 교육청에서 자발적으로 위탁교육을 하는 사례는 있다. 세종교육청은 성범죄로 직위해제 중이거나 징계 후 복귀 예정인 교사는 교육감이 지정하는 전문 위탁교육기관 관련 프로그램을 30시간 이상 이수하도록 하고 있다. 신 교수는 “성범죄 교원을 대상으로 한 재교육을 전면 시행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합리적 징계를 위해 수사기관과의 연계가 강화돼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교사가 성폭력 가해자로 지목되면 검찰이나 경찰 조사와 별도로 관할 시·도교육청이 자체 조사에 나선다. 교육감이 징계 의결을 요구하면 징계위원회가 30일 안에 징계 수위를 결정해야 한다. 교육부 관계자는 “다툼이 많은 경우 징계위원회가 대개 사법기관의 1심 판결을 보고 징계 수위를 정한다”면서도 “형사 절차와 교육당국 징계가 반드시 함께 이뤄질 필요는 없지 않느냐”고 했다. 신정기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교권강화국장은 “형사처벌과 행정처벌이 별개로 이뤄지다 보니 같은 조사를 여러 차례 받아야 하는 등 불합리한 요소도 발생한다”며 “선량한 교사들의 권리를 보호하고 학내 성범죄를 근절하기 위해 징계 절차를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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