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화진 < 한국IBM 사장 kgm@kr.ibm.com >
요즘 정보기술(IT) 회사치고 ‘클라우드’와 관계된 비즈니스를 하지 않는 회사는 없다. 모든 IT 기업들이 어떤 면에서는 클라우드의, 클라우드에 의한, 클라우드를 위한 비즈니스를 하고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이제 클라우드는 인터넷처럼 비즈니스와 사회를 크게 변혁시키는 핵심 기술이자 4차 산업혁명의 근간이다.
그러나 막상 기업에서 의사 결정을 하는 고객들을 만나 보면 생각보다 클라우드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처음에는 고객들에게 클라우드가 무엇인지에 대해 설명하려고 노력하다가, 어느 순간 ‘고객이 꼭 클라우드에 대해 잘 알 필요가 있을까’하는 의문이 들었다. 클라우드는 전기나 수도처럼 컴퓨팅 파워와 데이터 저장소, 기업 운영에 필요한 소프트웨어 등을 필요로 할 때, 필요한 만큼 사용하고, 사용한 만큼 지불하는 개념이다. 우리가 수돗물이나 전기가 어떻게 만들어지고, 작동하는지 알지 못해도 사용하는데 아무 문제가 없는 것처럼 클라우드를 잘 몰라도 사용하는데 문제가 없다.
클라우드는 렌터카와 비슷하다. 어떤 목적지에 도달하기 위해 빌려쓰는 수단이지 목적이 아니다. 따라서 기업이 클라우드를 도입함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목적지를 확실하게 정하는 것이다. 그다음은 렌터카처럼 기능과 성능에 따라 선택하면 된다. 목적지까지의 길이 울퉁불퉁한 산길이라면 오프로드 전용 SUV를 선택하고, 뻥 뚫린 고속도로라면 스포츠카를, 주유비가 염려되면 경차를 선택하면 되듯 말이다.
‘우리 기업은 인공지능 왓슨을 도입해 소비자 경험을 향상시키겠다’ ‘우리는 블록체인을 통해 제품 유통 과정을 개선하겠다’와 같은 뚜렷한 목적지가 있으면, 거기에 맞는 기술을 제공하는 클라우드를 선택하면 된다. 요즘 각 기업이 제공하는 클라우드 인프라에는 큰 차이가 없고, 그 클라우드가 기업 고객들에 비즈니스 변혁을 위한 어떤 ‘핵심 기술’을 제공할 수 있느냐가 클라우드 선택의 가장 중요한 잣대가 되고 있다.
사실 클라우드를 알든 모르든 많은 사람이 이미 클라우드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PC나 스마트폰에서 편하게 볼 수 있는 미드(미국 드라마)나 영화등 동영상 서비스도 클라우드를 통해 제공되는 서비스의 대표적인 사례다. 개인 사용자들은 PC나 스마트폰에서 텍스트, 사진, 음성, 동영상 등을 저장할 수 있는 클라우드 서비스를 사용하고 있다. 몇 분 만에 매진되는 콘서트 예매도 클라우드에서 이뤄진다. 이렇게 이미 우리의 삶에 들어온 클라우드. 이미 변화는 시작됐고, 어떻게 잘 사용하느냐의 숙제가 남았다.
장화진 < 한국IBM 사장 kgm@kr.ib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