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전쟁도 멈추게 한 맥주의 마력

입력 2017-08-17 19:42
수정 2017-08-18 06:46
그때, 맥주가 있었다


[ 양병훈 기자 ] 벨기에 사람들은 브뤼셀의 관광명소 ‘오줌싸개 동상’이 물이 아니라 이 지역 특산품 램빅 맥주를 내뿜는다고 믿는다. 12세기 벨기에 브뤼셀과 인근을 지배했던 브라반트 공국의 전설 때문이다. 이 전설에 따르면 1142년 지방에서 반란이 일어나자 브라반트 공국은 진압을 위해 군대를 보냈다. 걸음마를 막 뗀 아기였던 왕위 계승자 고드프리 3세가 군대를 따라갔다. 전투 직전 고드프리 3세의 유모는 램빅 맥주를 마신 뒤 아기에게 젖을 줬다. 당시 사람들은 맥주를 마시면 젖의 양이 늘어난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배가 부른 고드프리 3세는 적진을 향해 오줌을 눴다. 이 모습을 본 브라반트 공국의 군대는 사기가 올라 단숨에 적을 무찔렀다.

핀란드 역사학자 미카 리싸넨과 유하 타흐바나이넨이 함께 쓴 《그때, 맥주가 있었다》는 맥주와 연관된 역사적 사건을 쉽고 재미있게 풀어놓는다. 저자들에 따르면 유럽에서는 맥주가 역사의 흐름을 좌우했을 정도로 유럽인의 맥주 사랑은 각별했다. 맥주는 때로 전쟁과 연관됐고 때로는 정치적, 경제적 사건의 언저리에 있었다. 1차 세계대전 당시 서부 전선 병사들은 크리스마스 때 총을 내려놓고 적과 함께 맥주를 나눠 마셨다. 폴란드에서는 맥주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장난기가 발동해 만든 맥주 애호가 정당이 의회에 입성했다. 아일랜드 총리 브라이언 카우언은 기네스 맥주로 에너지를 채우며 한밤중까지 나라 경제를 논의했다.

저자들은 맥주에 얽힌 일화를 24장에 걸쳐 소개하고 각 장 끝에서는 해당 일화와 관련된 맥주를 자세히 설명한다. 이 맥주는 대부분 시중에서 구할 수 있는 것들이다. 술자리에서 “이 맥주와 연관된 일화를 알고 있다”며 입담을 풀어놓기에 좋은 내용이다. (이상원·장혜경 옮김, 니케북스, 304쪽, 1만8000원)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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