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욱의 일본경제 워치] '금융후진국' 일본서 외국계 금융사 르네상스 가능할까

입력 2017-08-17 08:23
수정 2017-08-18 08:38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일본을 떠났던 글로벌 금융사들이 다시 일본으로 돌아오고 있습니다. 이들은 새로운 다양한 투자상품을 선보여 일본 투자자들의 눈길을 끌겠다는 계획도 밝혔습니다. 하지만 금융투자 부문에서 보수적인 일본인들의 마음을 돌릴 수 있을지는 여전히 확실치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17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글로벌 유수의 금융사들이 다시 일본시장에 초점을 맞추기 시작했습니다. 캐나다에서 총자산 기준으로 2위 금융사인 토론토 도미니언은행이 9월부터 일본에서 증권 업무를 시작키로 했습니다. 영국의 종합금융사 리걸앤드제너럴그룹도 연내에 일본법인을 설립키로 했습니다.

이들은 마이너스 금리 정책으로 마땅한 투자처를 찾고 있지 못하는 일본시장에 새로운 상품을 제시해 수요를 개척한다는 방침입니다. 도미니언은행은 채권 등 수익률이 확정된 ‘픽스드 인컴’상품을 판매한다고 합니다. 도미니언은행은 국제기구 및 각국 정부가 발행하는 채권 투자에 강점을 지닌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일본 투자자에게 생소한 미국이나, 호주, 캐나다의 달러화 채권 상품을 주로 다룰 예정이라고 합니다.

도미니언은행은 리먼쇼크 직후인 2009년에 일본에 있던 증권 자회사를 철수한 아픈 역사가 있습니다. 하지만 안정적인 수익률을 거둘 수 있는 상품을 내놓으면 충분히 수익성이 있다고 보고 일본 재진출을 결정했다고 합니다.

리걸앤드제너럴그룹은 일본에서 해외채권 운용수요가 높다고 보고 일본 법인을 출범키로 했다고 합니다.

도미니언은행이나 리걸앤드제너럴그룹 처럼 일본을 떠났던 해외 금융사들이 일본을 다시 찾는 데에는 일본 정부의 역할도 적지 않습니다. 해외기업 유치에 적극적인 일본 정부도 통상 6개월 정도 걸리던 심사시간을 3개월 가량으로 단축하는 등 해외 금융사의 ‘일본 리턴’을 지원한다는 계획입니다. 올해만 10건의 해외 금융사 일본 유치가 목표라고 합니다. 일본정부와 도쿄시는 올해 성장전략에 ‘토쿄 국제금융센터 구상’을 포함시켰습니다. 도쿄에 금융사를 적극 유치하겠다는 것입니다. 2020년까지 40여개의 글로벌 금융사를 유치한다는 야심찬 꿈을 밝히기도 했습니다.

일본은 리먼사태 이후 외국계 금융사 엑소더스로 곤혹을 치렀습니다. 일본 경제산업성에 따르면 2010년말 151개였던 외국계금융사수는 2012년말 현재 131개사로 줄었습니다. 도쿄는 1990년대~2000년대 초반만 하더라도 아시아 금융중심지 위상이 확실했지만 리먼 사태를 계기로 도쿄는 홍콩이나 싱가포르 등에 금융중심지 자리를 확실하게 내주게 됩니다.

다만 아베노믹스(아베신조 일본 총리의 경제정책)이 본격 시작된 2013년 이후로는 상황이 다소 바뀝니다. 은행만으로 한정할 때 올 6월 현재 도쿄에 지점을 둔 외국계은행은 55개로 1년새 2개가 늘었습니다. 대만중소기업은행 등 대만계 은행 두곳이 다시 도쿄에 발을 디뎠습니다. 일본에서 외국계 은행수가 증가세로 돌아선 것은 10년만에 처음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일본 정부와 외국계 금융사 바람대로 일본 투자자들이 선뜻 외국계 금융사의 투자상품에 손을 댈지는 여전히 미지수입니다. 일본은 여전히 일상생활의 소비가 현금위주로 돌아갈 정도로 금융분야가 대단히 보수적입니다. 제로금리 상황에서도 일본 투자자들은 은행에 예금만 늘리고 있습니다. 최근 몇년간 주식시장이 활황이었지만 개인자금의 유입규모는 크지 않았습니다. 과거 거품붕괴시 투자실패의 아픈기억과 ‘투자 보다는 저축우선’ ‘빚을 지지 않겠다’는 일본인의 의식구조가 큰 영향을 미쳤다고 합니다.

과연 일본으로 해외 금융사들의 리턴이 어떤 과실을 맺을지 관심있게 지켜볼 부분이 아닌가 싶습니다.

도쿄=김동욱 특파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