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국채금리 동반 상승
국고채 10년물 금리 0.03%P↑
외국인 10일째 국채선물 순매도
[ 하헌형 기자 ] 한국과 미국의 국채 금리가 동반 상승(국채 가격 하락)하고 있다. 북한의 잇따른 도발로 한반도를 둘러싼 지정학적 리스크가 불거진 상황에서 양국 중앙은행의 연내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어서다.
16일 서울 채권시장에서 10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전날보다 0.031%포인트 오른 연 2.332%에 마감했다. 지난 10일 이후 4거래일 만의 상승이다. 김동원 SK증권 연구원은 “미국 국채 금리가 경기지표 호조 등의 영향으로 큰 폭으로 오른 여파”라고 말했다. 미국의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전날 뉴욕 채권시장에서 0.0526%포인트 오른 연 2.2746%에 마감했다. 미래에셋대우에 따르면 2015년 말 이후 한국과 미국의 10년 만기 국채 금리 간 상관계수는 0.93(최댓값 1)에 달한다. 양국 금리가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는 경향이 크다는 뜻이다.
미국 상무부는 지난달 미국 소매판매가 전월 대비 0.6%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12월(0.9%) 이후 7개월 만의 최고치다. 김진평 삼성선물 연구원은 “소매판매 증가율은 국내총생산(GDP) 산정에 포함되는 요소”라며 “이 수치가 당초 시장 예상치(0.3%)보다 높게 나오면서 미국 중앙은행(Fed)의 연내 금리 인상론이 다시 힘을 얻는 분위기”라고 했다. 미국 선물시장 참가자들이 전날 예측한 Fed의 연내 금리 인상 가능성은 51.46%(페드워치 집계)로 한 달 전(43.13%)보다 높아졌다.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위원인 윌리엄 더들리 뉴욕연방준비은행 총재도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연 1.00~1.25%인 기준금리가 연내 한 차례 인상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국내 채권시장 참가자들 사이에서 한국은행의 연내 기준금리 인상설이 제기되고 있는 것도 시장 금리 상승 압력을 높이는 요인으로 꼽힌다. 김현철 청와대 경제보좌관은 최근 ‘연 1.25%인 기준금리를 올릴 필요가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이를 두고 시장에서는 “한은이 부동산 시장 안정에 힘을 쏟는 정부와의 정책 공조를 위해 연내 금리를 한 차례 올릴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한은의 연내 금리 인상 가능성이 불거지면서 외국인 투자자는 국내 선물시장에서 연일 국채 선물을 내다 팔고 있다. 외국인은 지난 2일 이후 이날까지 10거래일 연속 3년 만기 국채 선물을 순매도했다. 이 기간 누적 순매도액만 7조3522억원에 달한다. 강승원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한은의 금리 인상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는 한 외국인의 국채 선물 매도세는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시장 일각에서는 한국과 미국의 금리 인상 우려가 지나친 측면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종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물가상승률이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어 Fed의 ‘통화 긴축’ 의지가 꺾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미국의 핵심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는 전년 동기 대비 1.5% 오르는 데 그쳐 Fed 물가상승률 목표치(2.0%)를 밑돌았다. 박형중 대신증권 연구원은 “한은도 이른 시일 내 금리 인상을 단행할 만큼 국내 경기 회복에 대한 확신이 크지 않다”고 설명했다.
하헌형 기자 hh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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