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심, 辛 대륙 정복… 미국 월마트 전 매장서 신라면 판다

입력 2017-08-16 18:02
후루룩~ 아메리카
라면 종주국 일본도 해내지 못한 일
농심 신춘호 회장 '50년 뚝심' 쾌거
스파게티처럼 프리미엄 간편식 인식
미국 국회의사당·국방부에도 최초 입점


[ 김보라 기자 ] 미국 월마트 모든 매장에서 신라면을 살 수 있게 됐다. 농심은 16일 미국 월마트 전 매장에서 신라면 판매를 시작했다고 발표했다. 한국 식품이 일부 매장에서 판매되고 있지만 대형마트 전 매장에서 판매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월마트는 세계 1만1723개, 미국 4692개 점포를 거느린 세계 최대 유통 업체다. 라면 종주국인 일본 제품도 해외 대형마트 전 매장에서 판매된 사례는 없었다.

◆신춘호 회장, ‘50년 뚝심’ 통했다

농심은 창립 6년 만인 1971년부터 해외 시장을 두드렸다. 동포가 많은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 소고기라면을 수출한 게 시작이었다. 신라면은 1986년 10월 국내 출시된 뒤 이듬해 일본을 거쳐 미국에 진출했다.

당시 매운맛에 익숙하지 않고, 끓여 먹는 문화가 없던 미국인에게 신라면을 판매한다는 건 큰 모험이었다. 신춘호 농심그룹 회장(사진)은 “농심 브랜드 그대로 나가 ‘한국의 맛’을 알려야 한다”며 밀어붙였다. 1996년 중국 상하이에 라면 공장을 세우는 결단을 내린 것도 신 회장이었다. 1990년대 후반에는 스위스 융프라우요흐 등 세계 관광객이 모이는 유명 관광지에서 신라면을 판매하라고 주문하기도 했다.

신라면은 중국, 일본, 미국, 동남아시아, 유럽 전역 등 100여 개 국가에서 판매되고 있다. 해외 법인 매출은 2015년부터 두 자릿수 성장하며 지난해 약 725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해외 공장은 중국 상하이, 선양, 칭다오와 미국 LA 등 총 4곳에서 운영 중이다.


◆월마트 찍고 美 펜타곤까지 입성

농심은 신라면을 미국 월마트에 입성시키기 위해 치밀한 전략을 짰다. 순차적으로 판매 영역을 확대하는 전략이었다. 2005년 LA 공장을 가동하며 신라면, 너구리, 안성탕면 등을 현지 생산·판매하기 시작했다. 초기에는 한인타운과 동포 및 화교 시장을 공략했다. 신라면의 인지도가 올라간 2013년에는 월마트 개별 점포와 계약을 맺었다. 잘 팔리는 점포부터 시작했다. 이 판매 데이터를 분석해 맞춤 영업에 썼다. 월마트 내 매출이 매년 30% 성장하자 월마트가 움직였다. 직거래를 시작한 지 5년 만에 전 점포 판매 계약을 성사시켰다.

신동엽 농심아메리카 법인장은 “월마트와 코스트코, 샘스클럽 등 현지 대형 유통사에 농심 특설매대인 ‘로드쇼’를 운영하는 등 적극적인 영업을 한 것이 성과를 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 라면을 싸구려 인스턴트 식품이 아니라 스파게티처럼 쉽고 간편하게 먹는 프리미엄 간편식으로 포지셔닝하기 위해 라스베이거스, 뉴욕 등 대도시 마케팅을 강화했다”고 말했다.

농심은 지난해 5월부터 미국 의회와 국방부, 국립보건원, 특허청 등 7개 주요 정부기관 매점에서도 신라면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농심 미국법인 매출은 전년보다 15.4% 증가한 1억8000만달러(약 2055억원)를 기록했다.


◆日 ‘신라면의 날’, 中에선 ‘온라인 마케팅’

농심의 라면 수출 전략은 국가마다 다르다. 중국에선 물류비를 줄이기 위해 온라인을 활용했다.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인 타오바오와 직영 계약을 맺고 판매하고 있다.

라면 종주국 일본에서는 ‘한국의 매운맛’을 알리는 데 주력했다. 농심재팬은 2010년부터 4월10일을 ‘신라면의 날’로 정하고 5년 전부터 푸드트럭 ‘신라면 키친카’를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일본 법인 매출은 453억원으로 전년보다 30% 늘었다.

농심 관계자는 “올해 해외법인 매출 목표를 사상 최대인 7억8000만달러(약 8911억원)로 잡았다”고 말했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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