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기자 칼럼] 4년새 일자리 두배 늘린 비결

입력 2017-08-16 17:52
김낙훈 중소기업전문기자 nhk@hankyung.com


[ 김낙훈 기자 ] 서울 가산동에 있는 고영테크놀러지의 임직원은 최근 4년 새 두 배 가까이 늘었다. 2012년 236명에서 2016년 430명으로 82.2% 증가했다. ‘대기업 수준’의 대우를 해 주는 이 회사가 종업원을 늘린 것은 ‘일자리 나누기’에 의한 게 아니다. 고영은 전자부품의 3차원 검사장비 부문 세계 1위 기업이다.

‘좋은 일자리’ 창출 원동력은 기술력과 글로벌화다. 고영의 고객사는 세계적으로 1900여 개에 이른다. 세계적인 자동차부품업체인 독일 보쉬는 고영의 제품을 10년 동안 써 왔고, 이의 사용을 또다시 5년간 연장했다. 고영의 매출은 2012년 1078억원에서 2016년엔 1718억원으로 59.4% 늘었다. 이 중 대부분을 해외 시장에서 일궈냈다. 작년 매출 중 수출 비중은 90%가 넘는다.

일자리는 국제경쟁력의 산물

이 회사는 창업 초기부터 이런 전략을 써 왔다. 2002년 창업 후 불과 2년밖에 안 된 ‘애송이 기업’이 당시 150년이 넘는 역사에 190개국에서 활약하는 독일 지멘스에 ‘3차원 납도포 검사장비’를 납품했고 이를 바탕으로 글로벌 시장을 개척해 왔다.

경기 화성에 있는 바텍도 마찬가지다. 이 회사 임직원은 2012년 263명에서 올 3월 말엔 371명으로 4년여 동안 40% 이상 늘었다. 치과용 엑스레이(덴탈 이미징)시스템 개발·제조업체인 바텍은 세계 시장 1위를 눈앞에 둔 기업이다. 지난해 2383억원의 매출을 기록한 이 회사는 해외에 13개 법인과 100여 개 대리점을 두고 있다. 고영과 바텍은 기술을 기반으로 ‘태생적 글로벌 지향성(born-global)’을 특징으로 하고 있는 기업이다.

새 정부의 최우선 과제 중 하나가 일자리 창출이다. 이의 일환으로 정부와 국회는 근로시간 단축에 나서고 있다. 일자리 나누기를 통해 실업자를 줄이겠다는 정책이다. 하지만 적절한 보완책이 마련되지 않으면 도금 열처리 주물 등 뿌리산업, 계절적으로 일감 편차가 심한 업종, 모기업의 단기 발주로 주말 근무가 일상화된 업종 등의 중소기업은 특히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은 생산직 인력을 구하려고 해도 구할 수 없는 업체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기업하기 좋은 환경 만들어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장 수준인 노동시간을 줄이겠다는 정부 방침에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하지만 산업현장의 특성을 이해하고 충분한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좋은 일자리를 만드는 근본적인 방법은 기업의 국제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경영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경쟁력 있는 기업이 일자리를 만드는 것과 그렇지 못한 기업이 문을 닫을 수밖에 없다는 것은 개방경제체제에서 동전의 앞뒤와 같은 얘기다.

고영과 바텍의 전략은 독일의 히든챔피언(글로벌 강소기업) 전략과 일맥상통한다. 이들의 핵심 전략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전문화된 제품을 생산해 세계 시장에서 파는 것이다. 그 밑바탕에는 우수한 실업계 인재를 공급하는 교육제도, 프라운호퍼를 중심으로 한 톱니바퀴 같은 산·학·연 협력 연구개발시스템, 담보나 재무제표보다 기술력을 보고 대출하는 ‘관계형 금융’ 등 독일의 남다른 기업환경이 자리잡고 있다.

비록 시간이 걸려도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 기업의 국제경쟁력을 높여 주는 게 좋은 일자리 창출의 지름길이다. 독일이 유럽 최저 수준의 실업률을 기록하고, 유럽 젊은이들이 독일에서 취업하기 위해 독일어 배우기 열풍에 휩싸여 있다는 점이 이를 증명하고 있지 않은가.

김낙훈 중소기업전문기자 n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