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는 일하는 방식 개선의 수단
기업의 목표달성이란 전제 아래
생산성을 제고해야 허용 가능해
박병종 < 콜버스랩 대표 >
한때 기자였고 지금은 사업하고 있는 처지에서 꼭 짚고 넘어가고 싶은 것이 있다. ‘자유로운 기업문화’라는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의 클리셰다. 언론에서는 구글, 페이스북, 에어비앤비 등 성공한 기업의 자유로운 기업문화를 칭송한다.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마음껏 할 수 있어 좋은 결과가 나온다는 식이다. 하지만 이는 원인과 결과를 혼동한 것이다.
자유로운 기업문화는 성공의 비법이 아니라 성공의 전리품이다. 이미 성공해서 회사에 돈이 많기 때문에 직원들에게 자유를 주고 원하는 일을 하게 해도 괜찮은 것이다. 그 기업들도 성공하기 전까지는 지금과 같은 문화를 갖출 수 없었다. 자유로운 문화는 돈이 많이 쌓여 있는 기업에 효과적인 홍보 방식이다. 그렇게 해야 좋은 인재를 데려올 수 있으니까. 하지만 자유 그 자체가 회사의 생산성을 높여 주는 것은 아니다. 직원들의 생산성 향상은 ‘일하는 방식의 개선’으로부터 나오지 자유의 증가로부터 나오지 않는다.
자유는 일하는 방식을 개선시킬 수단으로서 필요하다. 콜버스랩에서는 누구나 자유롭게 의견을 개진할 수 있다. 자유로운 의견 표출을 통해 제품의 성능은 물론 조직원들의 일하는 방식을 끊임없이 개선한다. 조직 내 커뮤니케이션 방식 효율화를 위해 슬랙, 지라 등의 솔루션을 도입한 것이 대표적이다. 다만 ‘교통을 혁신해 살기 좋은 도시를 만든다’는 목표를 달성할 수 없는 의견이라면 기각된다.
회의를 통과한 아이디어가 개발팀에서 구현될 때 제품을 훌륭하게 만든다는 전제 아래 개발 방식은 최대한 자율에 맡긴다. 개발자 스스로 구현 방법을 선택하도록 할 때 제품 성능이 좋아질 가능성도 높다. 개발 과정에서 스스로 일하는 방식을 개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자유 자체가 아니라 자유가 일하는 방식을 개선해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느냐다. 만약 목표 달성을 저해한다면 자유는 오히려 걸림돌이 된다.
기업은 생존을 위해 제한된 시간과 자원을 활용해 주어진 목표를 달성해야 한다. 개인의 자유는 조직의 목표 달성이라는 대전제 위에 가능하다. 목표를 향해 가는 방법으로서 출근 시간이나 일하는 공간, 복장 등은 중요치 않다. 심지어 사무실에서 맥주를 마시며 일해도 된다. 단, 이 같은 자유가 본인은 물론 다른 조직원의 일하는 방식을 저해하면 안 된다.
최근 지인으로부터 자유로운 기업문화를 가진 어느 회사 얘기를 들었다. 원하는 일을 알아서 하도록 돼 있는 조직이었다. 자율출퇴근과 재택근무가 가능했고 사무실에서 키우는 고양이는 덤이었다. 직원들은 자유로운 기업문화에 자부심이 있었다. 자유를 찾아 인재들이 모여들었다.
이 조직은 철저히 실패했다. 자유가 일하는 방식을 개선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직원들은 어떤 일을 해야 할지 몰라 허둥댔다. 도덕적 해이의 만연으로 조직의 목표 달성은 멀어졌다. 경영진은 자유를 줬는데도 성과가 나오지 않는다며 질책했고 조직원들은 자괴감에 빠졌다. 자유만 주면 성과가 나올 것이라는 안일한 판단 때문이었다.
자유로운 문화에는 기업의 목표 달성이라는 전제가 있다. 만약 어떤 행동의 자유를 얻고 싶은데 그 행동이 조직의 목표 달성을 저해한다면 조직은 그 자유를 허용할 수 없다. 그건 회사로부터 얻는 무엇에 대한 비용이다. 만약 비용이 편익보다 크다면 스스로 창업하거나 조직에 속하지 않는 것이 현명하다.
박병종 < 콜버스랩 대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