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아나 그란데, 폭발적 에너지에도 불안함과 불편함이 뒤섞인 첫 내한 공연

입력 2017-08-16 17:10
수정 2017-08-16 17:14


(김희경 문화부 기자) 아담한 체구에서 뿜어져 나오는 시원한 고음과 폭발적인 에너지. 분명 화려하고 압도적이었습니다. 그러나 불안함과 불편함은 결국 씻어내지 못한채 아쉽게 끝났습니다. 15일 서울 고척스카이돔 무대에 오른 미국 ‘팝의 요정’ 아리아나 그란데(23·사진)의 얘깁니다

‘돌고래’ 고음이라 불릴만큼 독특하면서도 청량한 목소리, 자유분방하면서도 절도 있는 몸짓을 보고 있노라면 차세대 팝스타로서의 면모는 충분한 것 같았습니다. 그러나 훌륭한 아티스트로서 관객들과 서로 호흡하고 감동을 주기엔 역부족이었습니다. 테러에 대한 트라우마를 씻어내지 못한 그란데의 불안함과 조급함은 관객들에게 그대로 전달됐죠. 그의 불안함을 조금이라도 덜어주기 위해 관객들이 폭우 속에서도 겪어야 했던 불편함은 공연이 끝난 후에도 해소되지 못했습니다.

현대카드 주최로 열린 그란데의 공연은 티켓 오픈 직후 2만석이 매진됐습니다.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 10~30대에게서 높은 인기를 얻고 있는 그의 내한 소식에 팬들은 환호했습니다. 포털사이트 검색어 상위권에도 올랐죠. 하지만 공연 직전부터 분위기가 사뭇 달랐습니다. 일본에선 공연을 위해 닷새간 체류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국내엔 공연 2~3시간전 입국한 것이 알려졌죠. 리허설 없이 공연을 한다는 소식에 네티즌들은 “한국 관객들을 우습게 아는거냐”는 질타가 쏟아졌습니다. 리허설과 팬미팅까지 즐기기로 되어 있던 65만원짜리 VIP표를 끊은 관객들은 공연만을 봐야했습니다. 게다가 폭우에도 장우산 등 각종 물품 반입을 금지하고 보안검색대까지 설치하면서 불만의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 나왔습니다. 하지만 ‘가수가 노래만 잘하면 되지’ ‘불안해서 그런거니 이해해야 한다’는 의견도 많았습니다. 그런데 그의 공연이 끝난 후, 참고 있던 관객들의 불만까지 쏟아져 나왔습니다.

‘Bang Bang’ ‘Greedy’ ‘Focus’ 등 대표곡을 부를 때만큼은 카리스마 있고 멋진 퍼포먼스를 선보인 것은 확실합니다. 관객들도 신이 나 떼창을 쏟아내는가 하면 클럽에 온듯 춤을 췄습니다. 테러 이후의 공연에서 추모의 의미로 늘 부르는 ‘Somewhere Over the Rainbow’도 감동적이었습니다. 애절한 마음과 슬픔이 깃든 그의 열창에 관객들은 위로와 격려의 환호성을 보냈죠. 공연이 끝날 때까지 고음이 안정적으로 유지한 것도 그의 역량을 보여주기에 충분했습니다.

그러나 그의 준비 부족은 공연 곳곳에서 보였습니다. 공연 초반엔 리허설을 하지 않았던 영향인지 불안정했습니다. 사운드 체크는 했다고 하지만 첫 무대 때 음정과 음량 조절을 정확히 해내지 못했습니다. 노래를 2~3곡 부르고 나서야 안정이 되는 느낌이었습니다.

무엇보다 스스로 소통을 차단한 점이 가장 아쉬웠습니다. 1시간 30분이란 짧은 시간동안 이뤄진 공연에서 멘트는 “모두 즐기고 있나. 고맙다” 정도가 전부였습니다. 이를 제외하곤 뭔가에 쫓기듯 줄곧 노래만 불렀습니다. 관객들의 불편함은 그란데 공연을 보기 위해 겪어야 할 당연한 일이었던 걸까요. 조금은 더 다정한 말로 이를 달래줄 수 있진 않았을까요.

‘가수가 노래만 잘하면 되지’란 얘기도 어쩌면 맞는 말일지 모릅니다. 하지만 시간을 쪼개 자신의 공연을 보러 온 관객들과의 호흡은 아티스트가 노래에 앞서 갖춰야 할 기본적인 태도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소통까진 아니더라도 자신의 불안함과 조급함, 나아가 약간의 무성의함을 관객들이 고스란히 느끼진 않도록 해야 프로가 아닐까요. (끝) / hk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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