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후핵연료 점점 쌓이는데
정부, 방폐장 공론화위원회 재운영
건설연기 우려엔 "전임자 오판"
앞뒤 안맞는 정책, 혼란 조장
[ 이태훈 기자 ]
정부는 원자력발전소가 안전하지 않다는 이유로 탈(脫)원전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주에는 이와 배치되는 결정을 내렸다. 원전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가 사용후핵연료 공론화위원회를 다시 꾸리겠다고 한 것이다. 공론화위를 다시 운영하면 사용후핵연료 등을 보관할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처분장의 건설이 늦어질 가능성이 높다.
공론화위는 박근혜 정부에서 70억원의 예산을 들여 20개월간 운영됐고 고준위 방폐장 부지를 정부가 일방적으로 정하지 말고 유치를 원하는 지방자치단체 신청을 받아 정하라는 권고안을 마련했다. 산업부는 이 권고안을 바탕으로 지난해 11월 ‘고준위 방폐장법’을 국회에 제출했다. 산업부는 이 법안 통과가 늦어지면 2053년께로 예정된 고준위 방폐장 건설 시기가 연기되고, 그만큼 다음 세대 부담이 늘어난다고 주장해왔다. 당시 산업부가 제시한 법안 통과 데드라인은 올해 상반기였다.
하지만 산업부는 정권이 바뀌자 “전 정부에서 공론화위를 운영할 때 의견수렴이 부족했다”는 이유를 대며 공론화위를 다시 만들겠다고 하고 있다. 전 정부가 공론화위를 운영할 때 위원 15명 중 환경단체 출신 3명이 탈퇴한 바 있다.
정부 주장대로 원전이 위험하다면 거기서 나오는 핵연료를 처분하기 위한 별도 저장시설을 빨리 지어야 한다. 현재는 사용후핵연료를 원전 내 저장소에 보관하고 있는데 일부 원전은 2년 뒤면 저장소가 포화된다.
산업부는 공론화위를 다시 운영해야 하는 이유로 “탈원전 정책에 따라 사용후핵연료 발생량이 줄면 관리비용, 방폐장 시설 규모, 추진 일정 등이 영향을 받기 때문”이라고 했다. 하지만 정작 고준위 방폐장법에는 관리비용, 방폐장 시설 규모, 추진 일정 등이 명시되지 않았다. 방폐장 부지 선정을 위한 위원회와 유치 지역을 지원하기 위한 위원회를 설치한다는 게 법안의 골자다. 설사 그런 내용이 법안에 들어 있다 해도 국회 상임위원회에서 법안을 수정하면 되는데 공론화위 단계부터 다시 시작해 돈과 시간을 낭비할 필요가 있냐는 지적이 나온다.
산업부 관계자는 “공론화위를 다시 꾸린다고 방폐장 건설이 늦어지는 건 아니다”고 했다. 기자가 “몇 달 전에는 올해 상반기까지 법안 통과가 안 되면 방폐장 건설이 늦어진다고 말하지 않았느냐”고 물었다. 이 관계자는 “전임 책임자들이 판단을 잘못 했을 수도 있다”고 답했다. 정권이 바뀌었다고 공무원이 책임을 전임 장차관에게 돌리는 건 보기 좋은 모습은 아니다.
이태훈 경제부 기자 bej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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