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통상임금 범위, 법률로 명확히 정해야

입력 2017-08-15 17:34
수정 2017-08-16 11:21
"주력산업 뒤흔드는 통상임금 혼란
국회가 법률로 산정범위 확정하고
논란되는 금품은 노사합의 맡겨야"

장의성 < 청년희망재단 사무국장·전 한국잡월드 이사장 >


이번주로 예정된 기아자동차 통상임금 소송 판결이 법원 결정으로 이달 말로 연기됐다. 국내 5개 완성차업체 모임인 한국자동차산업협회는 이번 판결이 사용자에게 불리하게 났을 경우를 가정해 “국내 생산 거점을 해외로 옮기는 방안을 검토할 수밖에 없다”는 성명을 내기도 했다. 이번 판결을 둘러싼 논란은 법원 판결이 사용자 측에 불리하게 날 것으로 예상하고, 그럴 경우 경영상 손실이 막심해져 기업경쟁력이 추락할 것이라는 내용이 주류를 이룬다.

이 시점에서 짚고 넘어가야 할 내용이 있다. 법원 판결은 사후에 나는 것이고 우리나라와 같이 대륙법계 법률체계를 가진 나라는 영미법계와는 달리 법원 판례는 개별적 효력만을 갖는다는 점이다. 따라서 이제부터라도 통상임금 문제 해결을 위한 입법론적 해결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물론 국회에서 통상임금 산정 범위를 법률로 정해주면 좋지만, 여야 대립으로 인해 그렇게 하지 못한다면 행정부, 즉 고용노동부가 대통령령으로 정해주면 된다. 그러면 법원 판결이 나더라도 미래의 문제는 발생하지 않는다. 그렇게 되면 임금 산정에서 발생하는 불확실성 문제를 완전히 제거할 수 있다.

통상임금은 근로기준법상 초과근로수당 등을 산정하는 데 사용되는 도구로서의 기준임금이다. 그 범위를 법률로 분명히 정했다면 문제될 게 없지만 국회는 이를 명쾌히 하지 않았고, 그간 고용부의 행정해석을 통해 최저임금과 비슷한 범위로 통상임금 범위를 해석해온 게 사실이다.

즉 최저임금법 제6조 제4항에 따라 상여금처럼 매월 1회 이상 정기적으로 지급하는 외의 임금은 최저임금에 포함시키지 않았듯이, 통상임금에도 포함시키지 않았다. 매월 1회 이상 정기적으로 지급하는 외의 임금은 얼마인지 사전에 확정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면 사전에 얼마인지 예측할 수 없는 금품을 통상임금에 포함시킨다면 아직 지급 시기가 도래하지 않아 지급되지 않은 금품을 미리 초과근로수당의 기준이 되는 통상임금에 소급해서 산입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대법원도 이에 동의하면서 “통상임금이 근로자가 법정근로시간 범위에서 정한 근로시간(이하 소정근로시간)을 초과하는 근로를 제공할 때 가산임금 등을 산정하는 기준임금으로서 기능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그것은 당연히 근로자가 소정근로시간에 통상적으로 제공하는 근로의 가치를 금전적으로 평가한 것이어야 하고, 또 근로자가 실제로 연장근로 등을 제공하기 전에 미리 확정돼 있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그래야만 사용자와 근로자는 소정근로시간을 초과해 제공되는 연장근로 등에 대한 비용 또는 보상의 정도를 예측해 연장근로 등의 제공 여부에 관한 의사결정을 할 수 있고, 실제 연장근로 등이 제공된 때는 사전에 확정된 통상임금을 기초로 해 가산임금을 곧바로 산정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라는 법리에서 2013년 전원합의체 판결 전에는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 산정 범위에서 제외했다.

노사는 이런 행정해석과 법원 판례를 믿고 단체협약을 체결하고 임금 인상을 해왔다. 그러나 2013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이후 정기상여금도 통상임금에 포함시키되, 신의칙(신의성실의 원칙) 인정기준이라는 것을 도입해 혼란을 가중시키고 통상임금 소송을 확산시켰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지난 상황은 법원에서 합리적으로 판단한다고 하고, 앞으로의 문제는 누구나 상식적이고 합리적인 제도를 분명하게 입법화하면 노사 모두 그 원칙을 따를 것이다. 그렇게 하는 것이 노사 모두에 공평하고 합리적이라고 생각된다. 만약 입법론적으로 당장 내용을 확정하기 어렵다면, 가칭 ‘통상임금 개념입법화 추진위원회’를 만들어서라도 논의를 시작해야 할 시점이다.

장의성 < 청년희망재단 사무국장·전 한국잡월드 이사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