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퍼 전 국가정보국장
"북한, 생존 걸린 핵 포기 안할 것…협상으로 북핵 통제·관리해야"
수전 라이스도 NYT 기고
"냉전시대 소련 핵무기 수천 기 용인한 선례도 있어"
[ 뉴욕=김현석 기자 ]
‘북핵 용인론’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미국에서 점점 커지고 있다. 북한이 핵을 포기할 가능성이 전혀 없고, 핵을 가진다 해도 ‘자살 행위’인 미국을 향해 쓸 가능성은 없는 만큼 북핵을 인정하고 협상을 통해 관리하자는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화염과 분노’ 발언 이후 강경 일변도로 치달았던 미국의 대북 접근법에 변화가 있을지 주목된다.
제임스 클래퍼 전 미국 국가정보국(DNI) 국장(왼쪽)은 13일(현지시간) CNN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핵 개발은 생존을 위한 북한의 목표여서 포기할 것으로 전혀 생각하지 않는다”며 “이제 미국의 절차는 그것(북핵)을 받아들이고 한계를 정하거나 통제하려고 노력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클래퍼는 버락 오바마 전 행정부에서 군사정보를 총괄하는 DNI 국장을 지냈다. 그는 “북한에 가서 그들과 치열하게 대화해보니 비핵화는 애초 재고할 가치가 없는 생각임을 알게 됐다”고 덧붙였다.
그의 주장은 수전 라이스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오른쪽)의 입장과 일맥상통한다. 라이스 전 보좌관은 지난 10일 뉴욕타임스 기고에서 “그렇게 할 수밖에 없다면, 더 큰 위협이었던 냉전시대 소련 핵무기 수천 기를 용인했던 것과 같은 방식으로 북한 핵무기를 용인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라이스도 오바마 전 행정부에서 국가안보보좌관을 지냈다.
이 같은 북핵 용인론에는 북핵 개발을 멈추게 할 수 없다는 인식이 깔려있다. 마이크 폼페오 미국 중앙정보국(CIA) 국장은 이날 폭스뉴스에 출연해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미사일 개발 프로그램을 계속할 것이라는 데 상당한 확신을 갖고 있다”며 “미사일 시험을 또 한다고 해서 놀라지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블룸버그통신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새 대북 제재가 북한에 큰 타격을 주겠지만 원유 공급을 차단하지 않는 한 핵 개발을 막지 못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주요 고위 인사들도 이날 잇따라 전쟁 임박설을 부인하고 외교적 해법을 강조했다. 허버트 맥매스터 국가안보보좌관은 ABC방송에 출연해 “10년 전보다는 북한과의 전쟁에 가까워졌지만 1주일 전과 비교한다면 가까워졌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과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은 월스트리트저널에 공동 기고문을 싣고 “미 정부는 북한과 협상할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