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절 굿즈, 불티난다

입력 2017-08-14 18:03
무궁화 머그잔·위안부 배지…국경일 풍경 바꾼 '팬덤 문화'

'아이돌 팬덤' 익숙한 신세대
천안함·세월호·위안부까지 '굿즈' 통해 적극적 추모·후원


[ 이현진 기자 ] 직장인 정소연 씨(30)는 친구들과 함께 온라인에서 광복절 기념 무궁화 배지와 머그잔을 1만2000원에 공동구매했다. 정씨는 “하루 태극기를 다는 것보다 배지와 머그잔을 사니 광복에 헌신한 분들을 더 적극적으로 추모했다는 뿌듯함이 든다”고 말했다. 또 “수익금은 대부분 독립유공자단체와 위안부 시설에 기부되니 의미도 깊은 것 같다”고 했다.

광복절을 맞아 배지 머그잔 텀블러 등 ‘광복절 굿즈(goods)’를 찾는 이들이 급증했다. 굿즈는 아이돌 가수나 애니메이션 관련 상품을 뜻하는 용어로 일반화됐다. 최근 각종 문화·기념상품으로까지 그 의미가 확대됐다. 굿즈 구매로 좋아하는 스타 등에게 애정을 표시하는 ‘팬덤 문화’에 익숙한 10~30대가 광복절 풍속도를 바꾸고 있다는 평가다. 굿즈 바람은 천안함, 세월호 등의 다른 기념일에도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팬덤 문화에서 차용된 굿즈 소비가 사회 참여의 한 방식으로 자리잡고 있다는 분석이다. 세월호 참사 등을 거치며 참여 주체의 연령대가 낮아진 점이 굿즈 문화 확산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이택광 경희대 글로벌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굿즈 문화가 사회참여의 대표적인 방식이던 후원문화를 대체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굿즈 소비 바람을 타고 관련 상품 종류도 다양해지고 있다. 교보문고가 운영하는 디자인문구 쇼핑몰 핫트랙스는 오는 21일까지 ‘광복절 기념 위안부 희망 나비마음 굿즈’를 한정 판매한다. 배지·팔찌·목걸이·귀걸이·파우치 등 품목도 다양하다. 판매 수익금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위한 나눔의 집 추모공원 사업에 기부할 계획이다.

사회적 기업 빅워크는 광복절을 맞이해 세 종류의 무궁화 배지와 무궁화 엽서를 판매하고 있다. 목표 판매금액(100만원)은 이미 1주일 만에 채웠다. 빅워크는 판매 수익금의 75%는 독도가 우리땅임을 알리고 있는 사이버외교단 ‘반크’에 기부할 계획이다.


광복절마다 기념 굿즈를 선보이는 스타벅스 역시 제72회 광복절 기념 텀블러를 제작했다. 올해는 대한제국 선포 120주년을 맞아 ‘주미대한제국공사관 텀블러’를 출시했다. 스타벅스는 주미대한제국공사관 복원 사업을 후원하고 있다.

팬덤 문화에서 파생한 굿즈가 사회참여 방식으로 확장한 것은 위안부 피해자를 돕는 팔찌에서 본격화됐다. 이후 천안함·세월호 등 사회적 파장이 큰 사건이 터질 때마다 굿즈가 후원 방식으로 등장했다. 펀딩 플랫폼이 발달하면서 기업뿐 아니라 개인이 굿즈 제작·판매에 나선 것도 큰 영향을 미쳤다. 펀딩 플랫폼 ‘텀블벅’에서는 몇몇 디자이너들이 안창호 유관순 안중근 등 독립운동가 배지 제작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사회문제에 눈뜬 10대들의 참여도 늘었다. 서울 대동세무고 최민 양(18)과 서울 덕원여고 이수윤 양(18)은 광복절을 앞둔 지난 13일 ‘천안함 기억 배지’ 판매 수익금 722만원을 순직 해군 장병 유자녀를 위한 장학금으로 기부했다.

2015년부터 위안부 배지 등을 제작·판매하고 있는 애니휴먼 관계자는 “굿즈 소비자들 사이에서 추모의 마음을 공유하고 사회문제에 동참한다는 의식을 갖게 된다”며 “굿즈를 착용함으로써 딱 하루 기념하고 끝나는 게 아니라 언제 어디서나 기억하겠다는 마음을 표현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현진 기자 appl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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