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경고등 켜진 ICT 경쟁력…이대로 가면 추락이다

입력 2017-08-13 17:36
정보통신기술(ICT)산업에서 한국이 중국에 추월당하는 분야가 속출하기 시작했다. 정보통신기술진흥센터가 발표한 ‘최근 ICT 국가 기술경쟁력 수준 분석’에서 드러난 결과다. 한국이 미국 등 선진국과의 격차를 채 좁히기도 전에 ICT 전 분야에서 중국에 따라잡힐 것이란 경고로 들린다.

전문가 5287명의 응답을 토대로 한 분석에 따르면 한국의 지난해 ICT 경쟁력은 전년과 비슷한 수준에 머물렀다. 세계 최고 기술 경쟁력 보유국인 미국의 기술수준을 100, 격차를 0으로 했을 때 한국의 평균 기술수준은 80.5, 격차는 1.5년으로 각각 전년의 80.3, 1.6년과 비교하면 사실상 정체상태나 다름없다. 융합서비스, 디지털 콘텐츠 등 기술수준이 오히려 떨어지거나, 네트워크 등 격차가 더 확대된 분야도 눈에 띈다. 반면 중국의 기술수준은 73.6에서 76.9로, 격차는 2.1년에서 1.7년으로 향상됐다. 더구나 중국은 ICT 전 분야에서 기술수준과 격차를 개선하는 추세다.

주목할 것은 한국이 네트워크, 전파·위성, 기반 SW·컴퓨팅 등에서 중국에 추월당했다는 점이다. 통신장비의 높은 해외 의존도, 우주개발 경험 부족 등 한국 ICT의 취약성과 인공지능(AI)·클라우드 등 기반 SW·컴퓨팅 분야에서 중국의 비약적 성장이 반영된 결과라는 분석이다. 특히 인공지능 등은 4차 산업혁명의 핵심 동력으로 꼽히는 만큼 한국 ICT에 비상등이 켜진 것이나 다름없다. 최상위 기술국 미국과 비교할 때 한국의 기술수준이 가장 낮은 분야가 기반 SW·컴퓨팅이라는 점에서도 그렇다.

그나마 한국이 선전하는 분야는 미국 대비 기술수준이 91.4, 격차로는 0.6년으로 평가된 이동통신뿐이다. 하지만 일본(88.4, 0.8년), 유럽(91.3, 0.6년), 중국(84.0, 1.1년) 등 5세대 이동통신을 놓고 국가 간 경쟁이 치열한 만큼 언제 뒤집힐지 모를 상황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국내에서 AI·클라우드 등의 규제개혁은 ‘하세월’이고, 이동통신은 요금논쟁으로 날을 지새우고 있다. 이대로 가면 한국 ICT의 급속한 추락이 현실이 되지 말란 법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