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삼성 회장이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직을 전격 사퇴하면서 그 배경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위원직 정년인 80세까지 5년이나 남아있는 상황에서 이건희 회장은 3년 이상 와병으로 활동을 제대로 못하고 있음에도 IOC측에서 먼저 사퇴를 요청한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삼성은 미래전략실 해체로 사실상 그룹 실체가 사라져 이건희 회장의 IOC 위원직 사퇴에 대한 어떤 공식 입장도 내놓지 않았다.
IOC는 지난 11일 "이 회장의 가족으로부터 IOC 위원 재선임 대상으로 고려치 말아달라는 요청을 받았다"라고 설명했다.
이건희 회장은 2014년 5월 급성 심근경색으로 쓰러져 막힌 심혈관을 넓혀주는 심장 스텐트(stent) 시술을 받은 뒤 3년째 투병 생활을 이어오고 있다.
재계에서는 이건희 회장이 오랜 병환으로 정상적인 활동이 어렵다고 판단해 스스로 물러났을 것이라고 해석했다.
반면 장남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1심 선고가 2주 앞으로 다가온 것과 연결짓는 시각도 있었다.
이 회장은 1996년 미국 조지아 주 애틀랜타에서 열린 IOC 총회에서 개인 자격으로 IOC 위원에 선출된 바 있다. 그 전까지 한국의 IOC 위원은 김운용 전 IOC 부위원장 1명이었다.
이후 이건희 회장만 IOC 위원으로 남은 상황에서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문대성(2008∼2016년), 유승민(2016년∼)이 각각 8년 임기의 선수위원에 당선돼 다시 복수 IOC 위원의 계보를 이었다가 이제 다시 유승민 위원 1명만 남게 된 셈이다.
체육계에선 이 회장의 IOC 위원직 사퇴가 곧 한국 스포츠 외교의 위상 추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한경닷컴 뉴스룸 o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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