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북한이 말 폭탄을 주고 받으며 한반도 주변의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미국 군수업체의 주가가 고공행진을 계속하고 있다.
미국 뉴욕증시의 다우지수는 10일 미북간 긴장 고조에 따른 불안을 반영해 전날보다 204.69포인트 내렸다. 하지만 록히드 마틴, 노스럽 그라만, 레이시온 등 미사일과 항공기 사업을 하는 미국 3대 군수업체의 주가는 한때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이들 3사에 보잉과 제너럴 다이나믹스를 합한 미 군수업계 '빅 5'의 주가는 지난달 4일 북한의 첫 번째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이후부터 움직이기 시작했다.
미국 국방부에 무기를 납품하는 최대 군수업체 록히드마틴의 10일 종가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 전날인 7월 3일 종가에 비해 11%나 올랐다. S&P500의 평균 상승률 0.3%를 크게 웃도는 상승 폭이다.
팀 캐힐 록히드 미사일 방어 담당 부사장은 최근 로이터 통신에 "미사일 방어에 대한 관심이 지난 1년~1년 반 동안 급속히 높아졌다"면서 "상담이 정부 고위 레벨에서도 추진되고 있다"고 말했다. 록히드는 이미 올해 들어 4월과 7월, 두 차례에 걸쳐 연간 매출액과 영업이익을 상향 조정했다.
다른 주요 미국 군수업체들도 모두 탄탄한 실적을 보이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의 금융정보 서비스인 NQN에 따르면 '빅 5'의 주가 고공행진을 떠받치는 요인은 탄탄한 실적만이 아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2월 2018 회계연도 예산안의 국방비를 2017 회계연도의 10%에 해당하는 540억 달러(약 60조 원) 늘리겠다고 밝혔다. 레이건 정부 이래 가장 큰 증액이다. 전임 오바마 정부에서 군사예산이 삭감됐던 만큼 군수업계에는 낭보가 아닐 수 없다.
트럼프는 5월 사우디에서 약 120조 원 규모의 무기수출을 끌어내는 등 정상세일에도 앞장서고 있다. UBS 증권 관계자는 트럼프 정권이 순풍으로 작용, "내년 미국 유력 방산업체의 주당 이익이 올라갈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지난 10일 "'화염과 분노'라는 표현이 북한에는 부족했던 것 같다"며 더 강력히 대응할 것임을 시사했다. 거친 협박전이 악화될 경우 우발적인 사태를 초래할 가능성도 있다. NQN은 미국 군수업계의 밝은 전망을 뜻하는 주가의 우상향 곡선은 당분간 무너지지 않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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