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지수가 나흘째 하락해 11일 장중 2310선으로 추락했다. 북핵으로 미국과 북한 간 긴장이 고조된 가운데 외국인이 주도업종인 정보기술(IT)주를 중심으로 연일 차익실현 매물을 쏟아낸 탓이다.
전문가들은 국내 증시가 8개월 연속 상승하면서 조정을 받을 시점에 다다랐고, 지정학적 위험이 불거지면서 코스피가 급락하게 됐다는 데 동의했다. 당분간 조정이 지속될 전망이라며 1차 지지선으로 2300선을 제시했다.
김형렬 교보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코스피지수가 펀더멘털(기초체력) 대비 부담스러운 수준까지 올랐다"면서 "(북핵으로 인한 지정학적 위험이라는) 실질적인 영향이 크지 않은 변수에도 증시가 영향을 받아 단기에 100포인트 넘게 밀리게 된 것"이라고 진단했다.
류용석 KB증권 시장전략팀장은 "지난 7월25일부터 코스피의 조정이 조금씩 시작됐다"며 "삼성전자의 2분기 실적이 발표되면서 2분기 기업 이익 전망의 긍정적 효과가 감소했고 세재개편안, 부동산 대책 등 정책들도 주식시장에 악영향을 끼쳤다"고 진단했다.
당분간 북핵 리스크가 지속되는 가운데 미국 잭슨홀미팅,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유럽중앙은행(ECB) 회의 대형 이벤트가 대기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증시 조정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데 전문가들은 무게를 두고 있다.
이재만 하나금융투자 투자전략팀장은 "북한과 미국의 갈등이 심상치 않게 돌아가면서 지정학적 리스크에 대한 투자자들의 우려감이 어느 때보다 높다"며 "투자심리가 워낙 위축돼 국내 증시가 당장 반등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고 설명했다.
지지선은 2300선 부근이 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박소연 한국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한국의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은 소폭 상승하긴 했으나 대북 리스크를 반영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긴 힘든 수준"이라며 "12개월 선행 주가순자산비율(PBR) 1배인 코스피 2300선이 유의미한 지지선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류 팀장은 "증시가 상승 피로감을 털어내고 정리할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며 "길게는 10월까지 코스피가 2300~2400 사이를 오갈 것"이라고 예상했다.
올해 상반기 기업이익에 대한 과도한 기대가 반영된 만큼 2300선이 깨질 것이란 관측도 있다.
김 팀장은 "연초 110조원대였던 유가증권시장 상장사의 향후 12개월 이익 전망치가 현재 143조원까지 올랐다"며 "교보증권은 115조~120조원으로 예상하는 만큼 이를 바탕으로 한 PBR 1배인 2280 내외가 1차 지지선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후 코스피는 2350선을 중심으로 등락하며 숨고르기에 나설 것으로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향후 저가 매수에 나설 경우 주도주와 소재·산업재 등 경기민감주라는 두 가지 방면에 관심을 가질 만 하다고 조언했다.
유승민 삼성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주도업종이었던 IT주와 금융주의 하락을 고려하면 조정이 편입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라며 "하반기까지는 철강·화학 등 소재 및 산업재로 주도권이 넘어갈 전망이란 점에서 관련 종목군에 주목할 것을 권한다"고 설명했다.
이 팀장은 "그동안 증시 랠리로 투자를 망설였던 이들에겐 기회가 될 수도 있는 상황"이라며 "증시가 저점을 통과할 경우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IT 주도주를 중심으로 반등할 것이므로 저가 매수에 나서는 것도 고민해볼 만하다"고 조언했다.
한편, 코스피 지수는 이날 오전 11시18분 현재 전날보다 44.64포인트(1.89%) 하락한 2314.83을 기록 중이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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