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조되는 한반도 위기
북한 달라진 도발 전략
일본 영공 통과하는 경로 선택
미사일 사거리 등 알려주고 사령관 실명까지 공개
실제 포위사격 할까
청와대 "북한의 내부 결속용 도발"
전문가 "예고대로 쏠 것"
미국이 요격할지도 관심
[ 정인설 기자 ] 북한이 미국을 겨냥한 탄도미사일을 쏘기 전에 구체적 목표 지점과 상세한 사거리를 처음 공개했다. 직각에 가깝게 쏘는 고각발사가 아니라 중거리탄도미사일(IRBM)인 ‘화성-12형’ 네 발로 미국령인 괌의 주변을 직접 타격한다고 엄포를 놨다.
또 김락겸이라는 전략부(북한 미사일 운용부대) 사령관 명의로 성명을 냈다. 총참모부(한국군의 합참에 해당)나 전략부 같은 공식 기관을 애용하던 기존 모습과 딴판이었다. 일본을 피해 필리핀 남쪽 방향으로 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일본 상공을 통과하는 미사일 경로를 선택했다. 미국과 일본을 동시에 압박하면서 ‘북한이 미사일 강국’이라는 사실을 대내외에 알리려는 다목적 카드라는 해석이 나온다.
북한이 새로운 도발 패턴을 보이자 전망도 엇갈린다. ‘정말 북한이 예고편대로 도발할까’에 대한 생각이 전문가마다 다르다. 먼저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최종 결심을 하지 않을 수 있다는 분석이 있다. 북한이 호언장담한 대로 미사일이 날아가지 않으면 자존심을 구길 수 있어서다.
북한이 예고한 화성-12의 사거리는 3356.7㎞이며 목표물은 괌 주변 30~40㎞다. 북한은 일본 시마네현과 히로시마현, 고치현 상공을 거쳐 17분45초간 비행할 것이란 사실도 알렸다.
북한의 괌 타격 계획을 공개적으로 언급한 데 대해 청와대는 “북한의 미사일 도발은 내부 결속용”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북한의 공식채널인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미사일 예고편을 내보낸 만큼 북한이 반드시 약속을 이행할 것으로 보는 기류도 강하다.
김동엽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2006년 북한이 미리 공언한 대로 1차 핵실험을 강행했다”며 “북한 인민들에게 공개한 계획을 이행하지 않으면 김정은 위원장과 북한 권력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 예고한 대로 화성-12를 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미국의 응징 수위에 대해서도 여러 관측이 나온다. 이번에 미국이 화성-12 요격에 쓸 수 있는 카드는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와 이지스함에 장착된 SM-3 정도다. 이지스함은 일본 근해에 있고 괌 미군기지엔 사드 1개 포대가 배치돼 있다. 핵심 요격 체계인 지상발사요격미사일(GBI)은 알래스카나 캘리포니아에 있어 이번엔 쓸 수 없다.
미국은 지난달 11일과 30일 사드로 화성-12와 같은 IRBM급 미사일을 요격하는 등 15차례의 사드 요격 시험에서 모두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사드 요격미사일의 최대 속도는 마하 8.24여서 마하 15~16인 화성-12를 격추하기 어렵다는 주장도 나온다.
군 관계자는 “화성-12 같은 탄도미사일은 40~50㎞에서 최대 속도를 내기 때문에 속도가 느린 100㎞ 이상의 상공에선 사드로도 요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