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보라 기자의 알쓸커잡] 세계 3대 커피, 순위는 누가 매긴거죠?

입력 2017-08-10 17:40
수정 2017-08-17 17:34
(5) 블루마운틴의 진실


[ 김보라 기자 ] 몇 년 전 일입니다. ‘다방커피’를 사랑하는 한 선배가 원두커피 전문점에 가서 당당하게 외쳤습니다. “커피는 역시 블루마운틴이지!”

다들 5000원짜리 커피를 시킬 때, 혼자 1만2000원짜리 블루마운틴을 주문했습니다. 커피가 줄어드는 내내 블루마운틴의 뛰어난 맛과 위대함에 대해 들어야 했습니다. 몰래 한 모금 마셔봤는데, 제가 마시던 케냐AA보다 조금 더 부드럽다는 것 외에는 차이를 잘 모르겠더군요. 다방커피 마니아지만 블루마운틴만큼은 잘 알고 있다는 그 선배의 미스터리. 곧 알게 됐습니다. ‘세계 3대 커피’의 이름을 숙제하듯 외우고 있었더군요. 오늘은 세계 3대 커피의 진실을 다뤄보려 합니다.

자메이카 블루마운틴 넘버원, 예멘 모카 마타리, 하와이안 코나 엑스트라 팬시. 우리가 흔히 듣는 ‘세계 3대 커피’입니다. 놀라운 사실은 아무도 왜 이 원두들이 세계 3대가 됐는지 잘 모른다는 겁니다.

가장 오랜 역사를 가진 원두는 ‘예멘 모카 마타리’입니다. 화가 빈센트 반 고흐가 즐겨 먹은 원두로 유명하지요. 커피의 기원지인 에티오피아와 홍해를 사이에 두고 있는 예멘은 아라비카 커피를 세계에 알린 주역이었습니다. 상인들이 예멘의 수도 사나에서 커피를 낙타 등에 싣고 모카항까지 이동해 유럽 등지로 커피를 수출했다고 하죠. 예멘과 에티오피아에서 생산된 최상급 아라비카를 여전히 ‘모카’라고 부른답니다.

자메이카 블루마운틴을 이렇게 유명하게 만든 건 뜻밖에 일본이었습니다. 영국 식민지였던 자메이카에 1728년 처음 커피가 전해졌고, 자메이카 커피는 1800년대에 유럽 전역을 장악했습니다. 하지만 1900년대 대공황과 공급 과잉이 겹쳐 커피 농장들이 도산했습니다. 일본은 이 틈을 타 1960년대 자메이카 정부에 외환 지원을 하고 커피 농가 대부분을 인수했습니다. 일본은 이 중 최상급인 ‘넘버 원’ 원두 90% 이상을 자국으로 가져가고 나머지 10%를 글로벌 시장에 내놨습니다. ‘영국 여왕이 마신 커피’로도 포장했는데, 사실 당시 유럽에선 자메이카 원두는 여왕 아니라 여왕의 비서도 마셨더랬죠. 일본의 ‘작업’으로 자메이카 블루마운틴은 지금도 높은 가격에 거래됩니다.

하와이안 코나 커피는 작가 마크 트웨인 때문에 유명해졌습니다. 1800년대에 하와이 오아후섬에서 자란 커피 나무가 코나로 옮겨졌고, 이 커피를 맛본 트웨인이 극찬했습니다.

각각의 스토리는 있지만, 여전히 왜 세계 3대가 됐는지는 모릅니다. 전문가들은 “수백 종의 원두가 있는데 세계 3대 따위에 얽매이지 말라”고 합니다. 그해의 작황, 원두 보관방법, 그날의 날씨와 기분에 따라 커피 맛은 수천 가지 얼굴을 하기 때문입니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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