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특유 리듬·색채 녹인 발레로 세계 사로잡겠다"

입력 2017-08-08 18:56
수정 2017-08-09 09:55
문화예술 패스파인더 (4) 세계적 안무가 꿈꾸는 강효형

국악·춤사위를 발레와 연결
'허난설헌'에서 이목 집중
동서양 넘나들며 독창성 실험
강수진의 파격적 등용도 큰 힘


[ 마지혜 기자 ] 한국 발레 무대에 오르는 작품 중 국내 안무가가 직접 만든 신작은 많지 않다. 서양에서 태동한 무용인 데다 고전과 현대의 명작들이 이른바 ‘레퍼토리’로 진용을 갖추고 있어서다. 이런 점에서 우리 발레계는 창작 작품에 오래 목말라 있었다. 한국적 색채에 동시대적인 세련된 감각까지 갖춘 창작 발레에 대한 갈급함은 더욱 컸다.

국립발레단 솔리스트(독무를 추는 무용수) 강효형(29)이 안무가로 등판한 지난 5월, 국내외 무용계의 이목이 그의 작품에 집중된 이유다. 강효형은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첫 번째 전막 창작 발레작품 ‘허난설헌-수월경화’(허난설헌)를 선보였다. 안무가로서는 소품(10~20분짜리 짧은 작품) 두 개를 선보인 경험밖에 없는 그에게 강수진 국립발레단 예술감독이 파격적인 기회를 줬다.

강효형의 ‘허난설헌’은 가야금, 거문고 등 국악기 음악을 배경으로 조선시대 비운의 천재 시인 허난설헌의 시 ‘감우’와 ‘몽유광상산’을 한국적 움직임을 결합한 춤을 통해 풀어냈다. 난초, 새, 부용꽃 등 한국적 소재와 국악, 춤사위가 서구 발레의 구조와 성공적으로 어우러졌다. 공연 후 “강수진의 도박은 대박이었다”는 평이 쏟아졌다.

“저는 한국적 소재와 움직임에 몸과 마음이 끌려요. 한국 특유의 리듬과 호흡에 제 몸이 가장 잘 반응하기도 합니다. 한국적 호흡은 말하자면 ‘밀당’(밀고 당기기)이에요. 마구 휘몰아치거나 한없이 늘어뜨리다가도 어느 순간 확 잡는 것, 아이 달래듯 어르는 것 등이 대표적인 느낌이죠. 반면 서양음악은 정해진 비트를 지키고, 변칙을 하더라도 일정한 비트 안에서 해요. 그래서 국악 위에 춤사위를 붙이는 작업에 더 큰 재미와 도전을 느낍니다.”

강효형은 ‘한국적인 색채와 호흡이 있는 발레’라는 자신만의 독자성을 구축하고 있다. 그는 2015년 첫 번째 안무작 ‘요동치다’를 국립중앙박물관 극장 무대에 올렸다. 7명의 발레리나가 장고 네 대의 합주를 배경으로 한국 전통 가락의 느낌을 몸짓으로 그려낸 소품이다. 그는 이 작품으로 이듬해 독일 슈투트가르트발레단의 ‘Next generation’ 공연에 초청받았다. 지난 4월엔 무용계의 아카데미상이라고 불리는 ‘브누아 드 라 당스’의 안무가 부문 후보군에 이름을 올렸다.

작품에 한국적 느낌을 살리는 건 세계적 차원의 차별화를 위해서다. 그는 “발레에 한국적 아름다움을 접목해 새로운 느낌을 만들어내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며 “동서양을 막론하고 세계의 관객들이 우리만의 독특한 아름다움에 매료되게 하고 싶다”고 말했다. ‘허난설헌’은 지난 6월30일~7월1일 콜롬비아 보고타의 마요르극장에서 해외 초연을 했다. 1300여 명의 관객에게서 환호와 기립박수를 받았다.

그는 직선적이고 대칭적인 구조를 많이 쓰는 발레와 달리 곡선이 많은 한국무용도 익혔다. 한국예술종합학교에 재학 때는 힙합, 라틴댄스 등도 유심히 보고 배웠다. “발레라는 한 장르에 막혀 있으면 막힌 춤사위밖에 나오지 않을 테니까요.”

동서양과 장르의 경계를 넘나들며 자신만의 실험을 하고 있는 그는 세계적인 안무가를 꿈꾼다. “이제 첫발을 뗐을 뿐이죠. 춤과 안무에 미치고 완전히 사로잡혀야만 한 단계 더 올라설 수 있다는 생각으로 저 자신을 채찍질하고 있습니다.”

마지혜 기자 loo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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