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외무상 "미국의 적대정책 청산없인 핵·미사일 협상 없다"

입력 2017-08-07 22:14
ARF서 기존 입장 되풀이
"핵문제는 북·미간의 문제, 미국 추종하는 남한엔 언급 않겠다"


[ 이미아 기자 ] 이용호 북한 외무상이 7일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린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외교장관회의에서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이 근원적으로 청산되지 않는 한 우린 어떤 경우에도 핵과 탄도로켓을 협상탁에 올려놓지 않겠다”고 밝혔다.

ARF 북한 대표단 대변인을 맡고 있는 방광혁 국제기구국 부국장은 이날 오후 6시40분께 숙소인 뉴월드 마닐라베이 호텔에서 기다리고 있던 취재진에게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이 외무상의 ARF 연설문을 국문본과 영문본으로 배포했다.

방 부국장은 “회의에서 조선의 핵 보유가 미국이 떠드는 것처럼 세계적인 위협이 되는가, 아니면 미국에 한하는 위협이 되는가에 대한 입장을 명백히 밝혔다”며 “조선반도의 핵문제와 정세 격화의 근원은 바로 미국에 있다는 의견을 전했다”고 말했다. 또 “우리는 이미 미국의 대(對)조선 적대시 정책과 핵 위협이 근원적으로 청산되지 않는 한 절대로 핵과 탄도로켓을 협상탁에 올려 놓지 않을 것이며, 우리가 선택한 핵무력 강화에 대해 단 한치의 양보도 없다는 것을 천명했다”고 덧붙였다.

이 외무상은 연설문에서 “자력자강을 생존 방식으로 하고 있는 우리는 미국의 적대시 정책과 적대 행위에 충분히 대처할 수 있으며 미국이 끝내 군사적으로 덤벼든다면 우리가 지금까지 차근차근 보여준 핵전략 무력으로 톡톡히 버릇을 가르쳐 줄 준비가 돼 있다”고 주장했다. 또 “핵 문제는 철저히 미국 때문에 생겨난 문제고 조선과 미국 간 문제인데, 미국이 이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제재 결의를 조작해 핵 문제를 북한 대 유엔 문제로 조작시켰다”며 “미국에 의해 조선반도에서 참혹한 전락을 겪어 본 우리 인민에 있어 국가방위를 위한 핵억제력은 필수불가결의 전략적 선택”이라고 강변했다. 아울러 “우리나라(북한)의 지리적 위치에서 미국의 군사적 침공을 효과적으로 억제하자면 미국의 심장부를 겨냥할 수 있는 대륙 간 타격 능력을 가져야 한다”며 “지난 7월4일과 28일 두 차례에 걸쳐 우리는 이 길에서 최종 관문을 넘어섰으며 미 본토 전역을 우리의 사정권 안에 넣었다는 것을 온 세상에 보여줬다”고 말했다.

한국에 대해선 “미국에 맹목적으로 추종하는 것을 생존 방식으로 하고 있는 남조선 당국에 대해선 구태여 언급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ARF 회의가 채 끝나기도 전에 북한이 기자회견을 자청한 건 ARF 내에서 북한의 입지가 종전보다 좁아졌고, 북측이 이에 노골적 불만을 표시한 것으로 풀이된다.

마닐라=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