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 "ICBM 꼼짝마"…북한 미사일 도박에 미국 실리콘밸리 위성기업 '특수'

입력 2017-08-07 16:29
정보당국"발사 징후 잡아라"

24시간 감시 우주레이더 정보
플래닛 등 민간회사 정보 활용

레이더 구축 비용 너무 비싸
미국정부, 민간기업 직접 투자도

위성발사 대행업체도 호황

저비용 소형로켓도 속속 개발
벡터스페이스는 '벡터-R' 발사


[ 박근태 기자 ] 북한이 지난달 두 차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4’를 시험 발사하면서 미 정보 당국에 비상이 걸렸다. 미국은 대북 정보 수집 능력을 끌어올리는 조치를 잇따라 내놓고 있다. 이런 가운데 미국 벤처 산실 실리콘밸리의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들이 뜻밖의 수혜를 입고 있다. 미 국방부는 투자회사를 통해 북한 미사일 발사를 사전에 탐지하기 위해 민간기업에 투자하고 있다. 인공위성이 촬영한 영상 정보를 처리하는 기업이 가장 큰 혜택을 입고 있다.

미 정보당국은 북한에서 발사한 미사일은 발사한 뒤 30분이면 미 본토에 도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가장 큰 위협은 차량에 미사일을 싣고 다니는 이동식 ICBM 발사대다. 얼마나 빨리 발사 징후를 감지하느냐에 따라 ‘킬 체인’을 통해 선제 타격을 하거나 민간인의 대피 시간을 벌 수 있다.

미 국방부는 24시간 한반도를 감시할 충분한 레이더 위성을 확보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광학 카메라를 장착한 위성은 날씨가 흐리면 지상을 찍을 수 없다. 정찰기와 지상 레이더는 탐지 거리에 한계가 있어 제한된 정보만 수집할 수 있다. 반면 영상레이더(SAR·합성개구레이더)는 마이크로파(波)를 지표면에 쏴서 되돌아온 전파를 분석해 영상을 만드는 방식이다. 마이크로파는 수증기층을 쉽게 뚫고 지나가기 때문에 구름이 짙게 끼어도 영상을 찍을 수 있다.

미 의회 예산처에 따르면 북한을 24시간 감시할 우주 레이더망을 구축하는 데는 최소 270억~940억달러(약 30조~105조원)가 들 것으로 추산된다. 미 하원은 2007년만 해도 미 국방부가 낸 예산을 부결했지만 북한의 미사일과 핵 위협이 현실이 되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미국 북한전문 매체 ‘38노스’ 같은 민간 기관에서도 이미 북한의 무기개발 프로그램을 감시하기 위해 플래닛 같은 상업 위성회사의 정보를 활용하고 있다. 플래닛은 2013년 첫 위성을 쏘아올린 이후 지금까지 190개 위성을 보유한 세계 최대 규모 위성 운용회사로 떠올랐다. 지난 2월에는 88개에 이르는 소형 광학위성을 지구 궤도에 쏘아올렸다. 이들 위성은 지구 주위를 돌며 매일 지구 전체의 31%를 샅샅이 찍고 있다. 미 국가정찰국(NRO)이 운영하는 키홀 정찰위성도 이처럼 매일 지구 전체를 찍지 못한다.

미 국방혁신실험사업단(DIUx)은 소형 민간 레이더 위성 투자에 나섰다. 지난해 출범한 DIUx는 민간이 개발한 혁신 기술을 국방에 적용하는 업무를 맡고 있다. DIUx는 미 중앙정보국(CIA)이 벤처투자를 위해 만든 투자회사인 인큐텔과 역할이 비슷하다. 미 항공우주국(NASA)이 인력과 화물 운송을 위해 스페이스X와 오비탈ATK에 투자한 것과 같은 방식인 공공민간파트너십(PPP) 모델이다.

DIUx는 지난 2월 첫 투자 대상으로 오비털인사이트에 투자했다. 이 회사는 인공지능 기계학습인 ‘머신러닝’ 방식으로 막대한 양의 위성사진을 분석하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정부에 실시간 레이다 위성 정보를 분석하는 소프트웨어를 제공할 예정이다.

지난 3월에는 카펠라 스페이스와 계약을 맺었다. 정부에서 일하던 전직 엔지니어 출신이 세운 이 회사는 소형 레이다 위성 군집 운영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여러 대 위성이 같은 지역 상공을 주기적으로 지나가며 고해상도 레이더 영상을 촬영하는 원리다. 구름이 잔뜩 낀 날씨에도 시시각각 변하는 땅 위 상황을 파악할 수 있다. 총 30개 위성 가운데 첫 위성이 올해 발사를 앞두고 있다.

미 국방부가 실리콘밸리에 투자를 시작하면서 민간 우주산업 전반에도 연쇄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위성 정보 분석 소프트웨어 기업 투자가 늘면서 더 차별화한 영상 정보를 수집하는 위성 제작사에 대한 투자도 늘어나고 있다.

초소형 위성인 큐브샛 수요가 늘면서 저렴한 가격에 위성을 발사해주는 대행 업체도 늘고 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창업자가 이끄는 스페이스X의 뒤를 잇는 저비용 로켓도 속속 개발되고 있다. 스페이스X에서 갈라져 나온 벡터스페이스 시스템은 지난 3일 미국 조지아주 캠던 우주기지에서 초소형 로켓 ‘벡터-R’을 쏘아올리는 데 성공했다. 이 회사는 지난달 투자설명회에서 2100만달러의 투자금을 모으는 데 성공했다. 미국 투자회사 세쿼이아는 근지구궤도에 올리는 소형위성들의 역할이 더욱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5월 뉴질랜드에서 일렉트론 로켓을 쏘아올린 로켓랩도 7500만달러의 투자를 유치했다.

물론 일부에선 북한 핵과 미사일을 탐지하는 정보수집 활동에 민간을 끌어들이는 미국 정부 계획에 반대하는 목소리도 있다. 민감한 문제인 국가 안보를 민간에 맡겨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군뿐 아니라 민간기업에서도 위성 정보를 활용하려는 움직임이 늘면서 투자는 계속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박근태 기자 kunt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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