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재정권 등장 용인 못해"
민주주의 회복 때까지 자격 정지
제헌의회 출범 후 첫 조치로 정부에 반기 든 검찰총장 해임
[ 이상은 기자 ] 아르헨티나 브라질 파라과이 우루과이 등 남미 국가들의 관세동맹인 메르코수르(남미공동시장)가 베네수엘라의 회원 자격을 정지하기로 했다. 민주주의 질서가 무너졌다는 이유에서다.
메르코수르 정회원 4개국 외교장관은 5일(현지시간) 브라질 상파울루에서 회담을 연 뒤 베네수엘라의 민주주의가 다시 복구될 때까지 회원 자격을 정지한다고 발표했다. 이들은 베네수엘라가 제헌의회 소집을 철회하고 입법부의 권위를 회복할 것을 촉구했다.
호르헤 파우리 아르헨티나 외교장관은 “억압적인 베네수엘라, 독재적인 베네수엘라를 멈추자”고 말했다. 알로이지우 누네스 브라질 외교장관은 회담 직전 트위터에 “베네수엘라의 민주질서는 붕괴됐다”며 “우리는 남미대륙에 독재 정권이 등장하는 것을 용인할 수 없다”고 밝혔다.
엘라디오 로이사가 파라과이 외교장관도 메르코수르는 남미에서 군사 독재 정권이 종식되고 민주주의가 회복된 후 출범했음을 밝히며 민주주의 원칙을 지키는 것이 회원국의 핵심 자격이라고 강조했다.
메르코수르는 이번 자격 정지를 결정한 4개국으로 1991년 출범했다. 베네수엘라는 2012년 가입하며 4년 안에 정회원국 요건을 갖추겠다고 약속했지만 지키지 않았다. 메르코수르는 1998년 우수아이아 의정서에 근거해 회원국에 정치범을 풀어주고 민주주의로 이행할 것 등을 요구하고 있다.
베네수엘라는 지난해 12월 이런 규칙을 따르지 않았다는 이유로 일시적으로 회원자격이 중단됐으며 이번 성명 발표로 상당 기간 메르코수르 복귀가 불가능할 전망이다.
메르코수르에는 볼리비아가 가입 절차를 밟는 중이며, 칠레 콜롬비아 에콰도르 페루 가이아나 수리남이 준회원국으로 참여하고 있다.
지난달 30일 치러진 베네수엘라 제헌의회 선거에 따라 지난 4일 출범한 제헌의회는 마두로 대통령(사진)의 명령에 순응하지 않는 정부 내 주요 인사를 제거하기 시작했다. 제헌의회는 첫 번째 조치로 루이사 오르테가 검찰총장 해임안을 처리했다.
오르테가 총장은 마두로 대통령이 뿌리를 두고 있는 우고 차베스 전 대통령의 지지자였으나 3월 말 대법원이 의회 입법권을 대행하는 판결을 내리자 공개적으로 정부를 비판하기 시작했다. 제헌의회 선거가 정당하지 않다며 국가선거위원회 위원 수사를 지시하는 등 마두로 대통령을 압박했다.
그의 휘하에 있는 검사 2명이 제헌의회 출범 직전 선거 사기를 주장하며 취임식을 중단해 달라고 하급 법원에 요청하기도 했다.
이상은 기자 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