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계-안철수계 '안철수 당대표 출마' 정면 충돌
호남 출신 의원들 거센 비판
박지원 "의원 30명 출마 만류"
천정배 "당 깨질까 걱정되는 상황"
황주홍, 3·15부정선거 빗대 비판
'불안한 동거' 깨질 수도
'극중' 안철수, 당권 잡으면 당내 세력 재편 불가피
호남계 등 집단탈당 가능성 대두
[ 김기만 기자 ]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가 차기 지도부 선출을 위한 ‘8·27 전당대회’ 당대표 출마를 선언하면서 국민의당의 내홍이 깊어지고 있다. 안 전 대표 출마에 대한 찬반 세력이 정면충돌하면서 정계개편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40여 명 중 30명 이상이 출마 만류”
박지원 전 대표는 4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40여 명의 국민의당 의원 중 30명 이상이 (안 전 대표의 출마를) 적극적으로 만류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지금 당대표로 나가는 것은 명분도 실리도 없다”고 지적했다. 또 “후보 등록까지 약 1주일 시간이 남아 있다”며 “자신과 당을 위해 재고하도록 설득하는 노력을 하겠다”고 했다. 전당대회 후보 등록은 10일과 11일 양일간 한다.
박 전 대표는 “안 전 대표가 정치적 존재감 때문에 출마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당이 지나치게 진보적으로 흘러가서 정체성이 모호해진다는 것을 염려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당 고문들이 분노해 탈당을 고려하고 있다”며 “다음주 초 고문단 모임을 통해 의사 표시를 하겠다고 들었다”고 전했다. 고문단은 안 전 대표를 출당시키는 조치까지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황주홍 의원은 ‘3·15 부정선거’까지 언급하며 안 전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황 의원은 “4·19 혁명이 일어난 뒤 대통령 선거에 3·15 부정선거 최고책임자가 출마하면 당연히 반대하는 것”이라며 “지금은 안 전 대표가 출마할 타이밍이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범죄행위로 대선 조작행위를 했다는 것은 무슨 말을 해도 변명할 수 없다. 정치적·도덕적 책임의 최고 정점에 안 전 대표가 있다”고 날을 세웠다.
김경진 의원도 “안 전 대표가 의원직을 사퇴한 것은 대선에서 패배하면 정치 전면에 나서지 않겠다는 함의가 포함된 것”이라며 “당을 살리겠다는 명분으로 약속을 어긴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안 전 대표는 지난 4월 대선 후보 등록을 하면서 의원직을 사퇴했다.
안 전 대표에 앞서 당권 도전을 선언한 천정배 전 대표와 정동영 의원도 거침없는 비판을 이어갔다. 천 전 대표는 “안 전 대표가 살리러 나왔다는 당이 깨질까 걱정되는 상황”이라며 “당은 벌집을 쑤셔놓은 듯 걱정과 한숨이 가득하다”고 했다. 정 의원은 “전당대회는 대선 패배를 추스르기 위해 하는 것”이라며 “대선 패배와 제보 조작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운 지도부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계개편 신호탄 될 수도
반면 김정화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은 이날 오전 국회 비대위 회의에서 “당을 살린다는 책임감으로 출마한 안 전 대표의 판단을 존중한다”며 “우리 당 의원들도 다양한 의견과 경쟁을 허용해야 한다. 공격적 언어로 비난하는 대신 공정한 경쟁을 해달라”고 당부했다.
갈등이 깊어지자 박주선 비대위원장은 진화에 나섰다. 박 비대위원장은 비대위 회의에서 “찬반이 있는 것은 당연하지만 당직을 수행하는 사람이 공개적으로 표명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출마자 개인이 책임지고 판단해야 할 사항”이라고 말했다.
안 전 대표가 당권을 잡으면 당내 세력 재편은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극중(極中)주의’를 표방한 안철수계와 비안철수계 세력이 정면충돌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전날 집단 탈당 가능성을 시사한 동교동계를 비롯해 탈당 ‘도미노설’까지 나온다. 안 전 대표는 지난 3일 출마를 선언하며 “국민의당과 함께하는 정치세력을 두텁게 하겠다. 좌·우 어디에도 경도되지 않고 민생에 집중하는 극중주의를 지켜나가겠다”고 약속했다. 안 전 대표 측이 재창당 수준의 ‘인적쇄신론’까지 들고 나오면 호남 중진의 강한 반발로 이어져 정계 개편의 신호탄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김기만 기자 m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