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 발주 가능한가" 외국군서 문의 쇄도하는 KAI

입력 2017-08-03 17:44
수정 2017-08-04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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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리·분식회계설 공개되며
아르헨티나·보츠와나, 서명 미뤄
100조짜리 미국 고등훈련기 사업
수주 기회 날리나 '안절부절'


[ 안대규 기자 ]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정상적으로 경영이 가능한 상태입니까.”(아르헨티나 공군 관계자)

임직원 비리, 분식회계설 등 KAI에 대한 검찰수사 내용이 일부 공개되면서 국산 경공격기 ‘FA-50’ 발주를 앞둔 KAI 고객인 해외 군당국은 걱정이 늘고 있다. KAI는 아르헨티나, 보츠와나 등으로부터 1조원대 FA-50 수주를 앞둔 상태다. 검찰 수사로 경영 불확실성이 커지자 ‘예정대로 계약할 수 있나’ ‘발주할 경우 정상 인도가 가능한가’ 등의 문의가 쇄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KAI는 아르헨티나 공군으로부터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돼 FA-50 최대 12대(약 5000억원)의 수주를 기대하고 있다. FA-50은 KAI가 개발한 고등훈련기 ‘T-50’을 전투용으로 개량한 고급 기종으로 대당 가격은 3000만달러(약 337억원)가 넘는다.

하지만 아르헨티나 공군은 최근 발주 계획을 미루고 KAI 측에 △경영정상화 시점 △한국 정부로부터 회사가 변함없는 지원을 받을 수 있는지 등에 답변을 요구했다. 최고경영자(CEO)가 갑자기 물러나고 감사원 감사와 검찰 수사가 잇따르면서 정부가 KAI를 핍박하는 것처럼 외신에 비쳐졌기 때문이다.

KAI에 FA-50 최대 16대, 약 6600억원 규모를 발주하기로 한 보츠와나도 검찰수사 이후 최종 수주 계약을 미루고 있다. 남부아프리카 부호국인 보츠와나는 기존 노후 기종 교체가 시급한 상황이지만 계약서에 서명을 못하고 있다.

역대 최대 방위산업 입찰인 미 공군 고등훈련기 교체(APT) 사업에 KAI와 컨소시엄으로 참여한 록히드마틴도 비상이 걸렸다. APT사업은 1차 물량 규모만 17조원대이고 후속 물량까지 합치면 최대 100조원에 달한다. 지금까지 록히드마틴-KAI 컨소시엄은 가장 유력한 후보로 주목받아왔다. 하지만 록히드마틴은 KAI에 대한 검찰 수사로 100조원의 사업 기회를 잃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미국 정부는 부패기업을 공공 입찰에서 배제하기 때문이다.

창사 이후 최대 위기에 몰린 KAI 임직원들은 “모든 비리는 검찰 수사로 철저히 밝혀야 한다”면서도 “회사는 살려달라”고 읍소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불확실한 수사 내용이 섣불리 공개돼 ‘비리 회사’로 낙인 찍히면 해외에서 수조원대 사업 기회를 놓칠 수 있다”며 “정부가 소유한 국가 대표 항공기 제조사인 만큼 국가적 손실이 발생하지 않도록 배려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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