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알고 있는 가장 강한 토네이도보다 10의 23제곱 배나 강력한 소용돌이가 국내 부산대학교 연구진이 포함된 국제공동연구그룹 ‘스타(STAR)’의 실험에 의해 세계 처음으로 측정에 성공했다. 향후 우주 근원과 진화과정을 밝히는 데 새로운 이정표를 제시할 전망이다.
부산대 연구진(STAR 한국연구진 대표 유인권 물리학과 교수 등)이 참여한 미국 브룩헤이븐 국립 연구소(BNL)의 스타(the Solenoid Tracker at RHIC, STAR) 실험그룹은 우주에서 가장 강한 소용돌이를 ‘금 원자’(Au)에서 전자를 모두 제거한 이온상태(Au79+)의 금 원자핵인 금핵-금핵 충돌을 통해 측정하는 데 성공해, 관련 연구결과를 과학 분야 세계적 권위지인 네이처지(IF 38.138) 에 표지논문으로 게재했다고 2일 발표했다. 1946년 설립된 브룩헤이븐 국립 연구소는 미국 뉴욕주에 있는 국립연구소로 중이온 충돌 실험 등 다양한 분야의 과학 연구에 힘쓰고 있다.
지금까지 자연에서 관찰된 적 없는 이 엄청난 현상을 연구한 스타(STAR)는 1999년부터 시작된 대표적인 중이온 충돌 실험 그룹이다. 세계 13개국 500여 명의 과학자와 기술자들이 협업해 국제 공동연구를 수행 중이다. 2010년과 2011년, 2015년에 반물질 입자를 발견해 관련 논문을 네이처와 사이언스지에 게재했다.
앞서 이 그룹은 2005년에 대형가속기를 통한 중이온 충돌 실험에서 생성된 물질의 상태가 점성이 거의 없는 완전유체(perfect fluid)라는 것을 관측했다. 이는 우주의 초기상태일 것으로 예측되는 쿼크-글루온 플라스마(Quark-Gluon Plasma, QGP)의 존재에 대한 중요한 증거로 여겨진다. 이러한 고온·고압의 쿼크-글루온 플라스마 상태는 고에너지 중이온 충돌 실험을 통해 재현 가능하다.스타 그룹은 금핵-금핵 충돌 실험을 통해 이 극한 조건에서의 물질상태에 대한 연구를 진행해오고 있었다.
연구과정에서 다양한 핵종(양성자·구리·금·우라늄 등)을 양쪽에서 충돌시키는 원자핵 충돌실험이 이뤄져왔다.이번에 중심에너지 80~400억 전자볼트의 금핵-금핵 충돌실험에서 소용돌이를 측정한 결과 역사상 지금까지 실험에서 측정된 소용돌이보다 10의 19제곱 배 이상, 자연의 토네이도 기록보다는 10의 23제곱 배 강력한 우주최강 소용돌이를 측정하는 데 성공했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이 결과는 상대론적 중이온 충돌기(RHIC)에서 생성되는 극한 상태의 물질의 특성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이정표를 제공한다. 인류는 기존의 실험결과들로부터 이 극한상태의 물질이 초고온·초고밀도·초저점성의 특성을 갖고 있다고 이해하고 있었고, 이번 결과로부터 새롭고도 엄청나게 강한 소용돌이 구조가 이 물질상태에 존재함을 알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는 관련 극한 상태의 유체역학 이론 개발에도 중요한 단서로 제공될 전망이다.
이번 네이처 논문에는 우리나라에서는 부산대 연구진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미래창조과학부)의 중견연구자지원사업 지원을 받아 유일하게 참여했다. 공저자로 부산대 물리학과의 유인권 교수(사진)와 이 학과 오근수 박사과정생이 무거운 쿼크에서 붕괴한 전자에 대한 연구를 함께 수행했다. 유 교수는 스타 그룹에서 한국연구진 대표를 맡고 있다.
유 교수는 “엄청난 에너지로 충돌한 원자핵들이 만들어낸 새로운 물질상태에 대한 연구는 최초의 우주에서 생성된 입자들이 어떻게 결합해 현재 우리가 보고 있는 원자·분자와 같은 물질세계를 만들었는지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에 대한 연구”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번 결과로부터 우리가 이제까지 상상하지도 못했던 소용돌이구조가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됐고, 앞으로도 다양한 방법으로 이 물질상태의 연구를 계속해 궁극적으로 물질의 근원과 그 진화과정을 알아내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부산=김태현 기자 hy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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