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 부동산 대책
전문가들이 본 '8·2 대책'
강남 재건축 시장 당분간 '거래절벽' 가능성
민간택지도 분양가 상한제 땐 공급 위축 불가피
새 아파트 부족 해소 안 되면 집값 재급등 우려
[ 선한결 기자 ] “2005년 8·31 대책 이후 12년 만에 가장 센 대책이 나왔다. 쓸 수 있는 카드를 거의 다 내놨다.”
2일 정부의 ‘8·2 부동산 대책’을 접한 부동산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이들은 “이번 부동산 대책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강력한 내용을 담았다”며 “전방위 대책이라 당장 시장에 미치는 효과가 클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원갑 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수석전문위원은 “2012년 이후 없던 투기과열지구가 새로 지정되고, 서울 11개 구는 투기지역으로까지 중복 지정됐다. 정부가 다른 지역도 언제든 투기지역으로 지정할 수 있다고 시장에 시그널을 보낸 것”이라고 말했다.
◆“갭투자·정비사업 투자 확 줄 것”
부동산 전문가들은 이번 대책이 세제와 대출규제, 거래신고제 등 시장 안정 수단을 총망라했다고 봤다. 특히 그간 가파른 집값 오름세의 동력으로 꼽힌 갭투자와 정비사업(재개발·재건축) 투자수요를 정조준했다고 평가했다.
고준석 신한은행 부동산자문센터장은 “대출규제 강화와 다주택자 중과세 등은 투자 목적으로 집을 사려는 사람에게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여기에 주택 거래 때 자금출처 내역 제출과 2년 이상 거주라는 양도세 비과세 요건 강화 등이 더해졌으니 전세를 끼고 집을 사는 갭투자가 크게 위축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태섭 주택산업연구원 도시금융연구실장은 “이제 서울 강남 재건축 시장에 들어가려면 주택거래신고제, 일반분양 당첨 제한, 조합원 지위 양도 제한,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등을 거쳐야 한다”며 “투자수요를 확실히 차단하겠다는 정책”이라고 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강남 재건축 시장을 중심으로 투자자들의 거래가 잦아들 것”이라며 “향후 몇 달간은 ‘거래절벽’이 나타날 수도 있다”고 했다.
◆시장 경착륙 우려도
강력한 대책의 부작용으로 부동산 시장이 경착륙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김 실장은 “이번 대책은 수요 억제 측면이 강하기 때문에 발효 때 실수요까지 위축될 수 있다”며 “시장 거래가 급격히 줄어 부작용이 일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전매제한과 대출규제 강화, 투기과열지구 지정 등은 실수요와 투자수요 구분 없이 모두에 적용된다는 설명이다.
주택 매매·전세 시장에도 충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유수현 대우건설 건축마케팅팀장은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가 내년 4월부터 시행되기 때문에 그 전에 서둘러 집을 팔려는 매물이 늘어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승배 피데스개발 대표는 “주택 수요자들은 당분간 매수에 나서지 않고 시간을 잴 것”이라며 “매매수요가 단기간에 전세로 돌아서면 전셋값이 요동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민간택지에 대한 분양가상한제 도입이 주택 공급 감소를 야기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 대표는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되면 택지개발 사업성이 악화돼 자연히 민간의 공급이 줄 수밖에 없다”며 “이 때문에 시장 가격이 오르는 역효과도 날 수 있다”고 말했다.
장기적으로 효과가 없다고 보는 이들은 “수요 규제에만 치중한 대책에는 한계가 있다”고 짚었다. 김 대표는 “현재 주택의 수요 공급 간 불균형은 투기수요보다 높아진 주거수요 눈높이에 맞는 새 아파트가 부족한 것이 원인”이라며 “시장 안정을 위해서는 이를 해결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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