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서 '북한과 직접 협상' 촉구…중국은 '자국 책임론' 강력 반발
트럼프 "북핵 해결할 것"
중국 환율조작국 지정·철강 관세…무역제재 등 다양한 옵션 검토
[ 강동균/박수진 기자 ]
중국이 북한의 핵·미사일 문제에 대한 ‘중국 책임론’을 정면으로 반박하고 나섰다. 미국이 중국을 겨냥해 ‘실력행사’에 나설 것을 시사하는 등 압박 강도를 높이자 당국자와 관영 언론을 동원해 맞불을 놨다.
류제이 유엔주재 중국 대사는 31일(현지시간) “북한의 핵무기와 탄도미사일 개발을 중단시키기 위한 대화 재개와 긴장 완화는 중국이 아니라 기본적으로 미국과 북한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4형’ 2차 시험발사 이후 “중국이 아무 일도 하지 않는 데 대해 매우 실망했다”고 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비판한 것이다.
류 대사는 이날 중국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7월 의장국 일정을 마무리하는 회견에서 “(미국과 북한이) 올바른 방향으로 일이 진행되도록 해야 할 기본적인 책임이 있다”며 “중국(의 책임)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그는 “중국이 많은 능력을 갖고 있더라도 실질적인 결과물을 얻어낼 수 없다”며 “왜냐하면 이 문제는 두 주요 당사자에 달려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관영 신화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트위터를 통해 중국 역할을 강조한 데 대해 “분풀이 대상을 잘못 찾았다”고 비난했다. 신화통신은 이날 시평(사설)에서 “중국이 한반도 핵문제에 아무런 일도 하지 않았다는 주장은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비난”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중국의 북핵 책임론 주장은 이 문제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부족하고, 본말을 전도해 책임을 전가하려는 일부 인사의 꿍꿍이에 편승하기 위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특히 “한반도 핵문제의 핵심은 북한과 미국의 모순이며 본질은 안보문제”라면서 “북한의 ICBM 발사는 핵무기 개발 의지를 표출한 것 외에도 미국을 향해 직접 대화하고 싶다는 강렬한 신호를 보낸 것”이라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열린 각료회의에 앞서 ‘북한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겠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우리는 북한 문제를 다룰 것이고, 이를 해결할 것”이라며 자신감을 나타냈다. 다만 구체적인 방안은 언급하지 않았다.
정치전문 매체 폴리티코는 트럼프 대통령의 참모들이 중국에 대한 초강경 제재조치를 검토하고 있으며 이번주 발표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뉴욕타임스(NYT)는 사설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북핵 접근법을 비판하며 북한과의 직접 협상 필요성을 언급했다. NYT는 ‘북한에 대한 허세(bluster)를 그만두라’는 제목의 사설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은 대리인(중국)을 내세워 위기를 해결할 수 없으며 최대한 빨리 직접 개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허세를 그만두고 협상의 토대가 있는지 탐색하기 위해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이나 다른 고위인사를 평양에 보내야 한다”고 주문했다.
마이크 펜스 부통령은 1일 기오르기 크비리카슈빌리 조지아 총리와 회담 후 연 공동 기자회견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곧 러시아 추가 제재안에 서명할 것”이라고 말해 중국에 앞서 러시아를 먼저 압박할 뜻을 밝혔다.
베이징=강동균/워싱턴=박수진 특파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