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 칼럼] 아인슈타인의 뇌

입력 2017-08-01 17:50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


“천재의 뇌는 클까? 어느 부위가 더 발달했을까?” 천재 물리학자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이 세상을 떠난 1955년 4월18일, 부검을 맡은 프린스턴병원 당직의사 토머스 하비는 궁금증을 참을 수 없었다. 부검을 끝낸 그는 두개골을 열고 뇌를 조심스레 꺼냈다. 저울에 올렸더니 뜻밖에도 1230g에 불과했다. 보통사람에 조금 못 미쳤다. 그는 뇌를 포름알데히드 병에 담아 가서 240개 조각과 수천 개의 현미경 관찰용 표본으로 나누었다.

뇌 전문가가 아닌 그는 여러 신경과학자에게 뇌 조각을 보내 천재의 비밀을 밝히려고 애썼다. 하지만 대부분 응답이 없었다. 첫 연구결과가 나온 것은 30년 후인 1985년. 여성 신경과학자 매리언 다이아몬드가 아인슈타인의 뇌에 신경교세포(뇌 세포를 보호하고 영양분을 공급하는 세포)가 일반인보다 많다는 사실을 최초로 발견한 것이다. 이 일로 다이아몬드와 하비는 유명해졌다.

1999년에는 샌드라 위틀슨 교수가 새 논문을 발표했다. 뇌의 앞부분(전두엽)과 윗부분(두정엽)을 아래쪽과 나누면서 뻗어나가는 ‘실비우스 주름’의 모양이 특이하고, 두정엽이 일반인보다 15% 넓은 게 과학적인 사고력을 높였다는 것이다. 독일 천재 수학자 가우스의 뇌도 이와 비슷한 특징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13년에는 딘 포크 교수가 아인슈타인의 뇌 앞뒤 부분에 주름이 많고 굴곡이 복잡하게 이뤄져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는 수학적 추론과 이미지 처리를 돕는 영역이다. 아인슈타인이 한 줄기 빛을 타고 여행하거나 우주로 상승하는 엘리베이터 안에 있는 것을 상상하면서 ‘사고 실험’을 할 수 있었던 게 이 덕분이라는 것이다. 우뇌와 좌뇌를 연결하는 뇌량이 다른 사람보다 훨씬 넓다는 것도 확인됐다.

아인슈타인의 가족들에 따르면 특정한 청각 신호가 그의 뇌를 자극했다. 물리학 문제가 풀리지 않을 땐 바이올린을 연주했는데 한 시간쯤 후 “알았다”며 책상으로 달려가곤 했다. 만 두 살이 될 때까지 말을 못한 건 언어를 담당하는 뇌신경의 이상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 단점이 특정 정보를 남보다 빨리 처리할 수 있는 능력으로 이어졌다니 천재의 뇌가 다르긴 하다. 아직 그의 뇌 특성이 완전히 규명된 건 아니다. 연구자의 선택 편향과 비교 대상의 차이 등 여러 요인이 얽혀 있다.

아인슈타인 뇌 연구의 첫 문을 연 다이아몬드 교수가 90세로 세상을 떠났다. 보관 중인 뇌 조각 일부를 2003년 서울에서 열린 ‘인체의 신비전’에 보내기도 했던 그는 ‘뇌 적응성 이론’의 대가다. 나이가 들어도 환경이나 외부 자극에 의해 뇌 기능이 좋아질 수 있다는 게 핵심이다. 생전에 그는 뇌에 좋은 다섯 요소로 다이어트·운동·도전·신선함·사랑을 꼽았다.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