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고비용·저효율 구조로 위기 자초한 자동차산업

입력 2017-08-01 17:42
한국 자동차산업이 총체적 위기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국내 자동차 5사의 올해 1~7월 판매량은 462만2917대로 전년보다 7.5% 줄었다. 지난해(7.2%)보다도 감소폭이 확대됐다. 국내 자동차 생산량은 2011년 466만 대로 정점을 찍은 뒤 지난해 423만 대까지 지속적으로 줄었다. 그 여파로 2005년부터 유지해온 글로벌 자동차 생산 5위국 자리를 지난해 인도에 내줬다. 올해는 2010년부터 업체별 글로벌 톱5를 유지하던 현대·기아자동차마저도 5위권 밖으로 밀려날 것이란 전망이 유력하다.

자동차산업 위기의 표면적 이유는 실적 부진이다. 무엇보다 사드 보복 여파로 올 상반기 중국 시장에서 현대·기아차 판매가 30~40%나 줄어든 것이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 미국 판매 역시 부진했다. 하지만 근본적 원인은 국내 자동차산업 내부에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고비용 저효율 구조, 그리고 이와 불가분의 관계에 있는 경직적 노사관계가 위기의 주범이라는 데는 이견이 거의 없다.

한국 완성차 5사의 평균 연봉은 9213만원(2016년)이다. 도요타(7961만원) 폭스바겐(8040만원) 등 경쟁국 업체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다. 반면 생산성은 바닥이다. 차량 1대 생산에 투입되는 시간(HPV)은 국내 완성차 5사 평균이 26.8시간(2015년)인 데 비해 도요타는 24.1시간, GM은 23.4시간에 불과하다. 노동 유연성은 비교 자체가 불가능할 정도다. 국내 업체는 해고가 사실상 봉쇄돼 있는 데다 파업 시 대체근로도 쓸 수 없다. 공장 간 물량 조정이나 사업장 내 전환배치까지 노조와 합의해야 하는 나라는 한국밖에 없다.

이런 열악한 구조로 글로벌 톱5를 유지해왔다는 것 자체가 오히려 기적에 가깝다. 지금 같은 산업구조가 지속되는 한, 빅5 복귀는 불가능할지도 모른다. 노사부터 거듭나야 한다. 회사는 고용을 보장하고 노조는 노동 유연성에 동의하는 등 획기적 변화 없이는 산업 자체가 공멸할 수도 있다. 55년째 무파업을 유지 중인 일본이나 노사가 손잡은 독일, 노동 유연성을 높인 이탈리아 등을 본보기로 삼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