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화학중심 조직개편
글로벌 최고 배터리 기술위해 연구소 확대 등 힘 실어주기
고부가 화학제품에 집중 투자…더 과감한 해외 M&A 예고
"기업가치 30兆로 끌어올릴 것"
[ 김보형 기자 ]
SK그룹의 에너지 지주회사인 SK이노베이션이 1일 신성장동력인 배터리·화학사업 강화를 골자로 한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대부분의 기업이 연말·연초에 조직개편을 하는 것을 감안하면 이례적이다. 석유와 윤활유 등 기존 주력사업 중심의 구조를 벗어나 미래 먹거리 발굴에 주력하기 위해서다. 배터리·화학사업 확대를 통해 현재 16조원 수준인 기업가치를 두 배 가까운 30조원까지 끌어올린다는 목표다.
배터리 사업에 ‘올인’
SK이노베이션은 우선 배터리 사업 조직개편을 통해 글로벌 선도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한 경쟁력을 확보하고 마케팅 역량을 강화하기로 했다. 배터리와 정보전자소재사업을 함께 담당하던 ‘B&I사업(Battery & Information/Electronics)’을 ‘배터리 사업’과 ‘소재사업’으로 각각 분리하기로 한 게 대표적이다. 이들 사업 부문은 김준 SK이노베이션 사장(사진) 직속 조직으로 두고 각 사업의 경영 전문성을 높인다는 방침이다.
글로벌 시장에서의 배터리 수주 경쟁력 강화와 통합적인 사업 추진을 위해 ‘배터리사업본부’를 신설해 지원과 마케팅 등 사업 전반을 총괄하게 했다.
배터리사업분야 핵심 경쟁력인 연구개발(R&D) 능력을 키우기 위해 ‘배터리 연구소’를 확대 개편하고 핵심 기술 개발부서 등도 신설하기로 했다. 배터리사업 성패를 좌우할 세계 최고 수준의 배터리 기술력을 확보해 글로벌 배터리 시장의 선도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SK이노베이션은 기술 개발을 통해 2018년까지 1회 충전으로 500㎞를 갈 수 있는 전기차 배터리를, 2020년엔 700㎞를 갈 수 있는 배터리를 개발한다는 목표다. 메르세데스벤츠 등 유럽 완성차 업체에 배터리 공급을 확대하기 위해 동유럽에 전기차 배터리 공장 건설도 추진 중이다.
과감한 M&A 나오나
자회사 SK종합화학이 맡고 있는 화학사업은 차세대 성장 주력 분야로 선정한 자동차용 화학제품과 화학 포장재에 역량을 집중하기로 했다. 기존의 포괄적 마케팅 업무를 수행하던 부서들을 ‘자동차(Automotive)사업부’와 포장재(Packaging)사업부’로 세분화해 고부가가치 화학제품 중심의 사업 구조를 구축하겠다는 포석이다.
글로벌 기업 인수합병(M&A)도 적극 추진할 방침이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 2월 미국 1위 화학기업 다우케미칼의 에틸렌 아크릴산 사업을 3억7000만달러(약 4159억원)에 인수하기도 했다. 에틸렌 아크릴산은 고부가 화학제품 중 하나로 알루미늄 포일 등 포장재용 접착제로 주로 활용된다. 2015년부터 올해 2분기까지 7조원 가까운 영업이익을 거둔 만큼 실탄도 충분하다는 설명이다.
SK이노베이션의 이번 조직개편은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강조하고 있는 ‘딥 체인지(deep change·근본적 변화) 2.0’에 발맞춰 사업 및 수익구조를 개편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최 회장은 SK그룹의 체질 혁신을 위해 공격적인 투자와 M&A를 주문해왔다. SK이노베이션은 2020년까지 배터리·화학사업을 중심으로 10조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김준 SK이노베이션 사장은 “배터리·화학사업에 성장 전략을 집중하는 ‘딥 체인지 2.0’에 속도를 내기 위한 조직개편”이라며 “글로벌 에너지·화학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도록 총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밝혔다.
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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