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美 외교관 755명 러 떠나라"…미 제재 보복 조치

입력 2017-08-01 07:43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미국의 추가 제재에 대한 보복 조치로 자국 내 미국 대사관·영사관 소속 외교관과 현지 직원 등 인력 755명을 감축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전(全) 러시아 TV·라디오방송사(VGTRK) 인터뷰에서 "러시아에서 1000여 명의 미국 외교관과 기술직 요원 등이 일하고 있다"면서 "(그 가운데) 755명이 러시아 내에서의 활동을 중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푸틴은 맞제재 조치를 취하는 배경에 대해 "러시아는 아주 오랫동안 미국과의 관계가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고 기다려왔지만 여러 정황을 볼 때 변화가 있더라도 단시간에 이뤄질 사안은 아닐 것으로 보인다"며 "우리도 아무런 대응 없이 넘어가지는 않을 것임을 보여줘야 한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러시아 외무부는 지난 28일 성명을 통해 미국 하원과 상원이 대러 추가 제재안을 통과시킨 데 대한 보복 조치로 미국 외교관의 무더기 추방과 미국 외교자산 압류 조치를 발표했다.

러시아 외무부는 "미국 측에 오는 9월1일까지 모스크바 주재 미국 대사관과 상트페테르부르크·예카테린부르크·블라디보스토크 주재 미국 총영사관에서 일하는 외교관과 기술요원 수를 미국에 주재하는 러시아 외교관 및 기술요원 수와 정확히 맞출 것을 제안한다"면서 "이는 러시아 내 미국 외교 공관 직원 수가 455명으로 줄어드는 것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외무부는 또 "다음 달 1일부터 미국 대사관이 모스크바 남쪽 '도로즈나야' 거리에 있는 창고 시설과 모스크바 북서쪽 (자연공원) '세레브랸니 보르'(은색의 숲) 내에 있는 별장을 사용하는 것을 잠정 중지한다"며 미 외교자산 압류 조치도 선언했다.

미국 하원은 지난 25일 북한·이란·러시아에 대한 제재 법안을 일괄 처리하면서 대러 추가제재를 승인했고, 27일에는 미 상원이 해당 법안을 가결했다.

이는 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병합과 우크라이나 사태 개입을 응징하기 위해 취했던 기존 대러 제재를 한층 강화하기 위한 것이다.

미국의 추가 대러 제재안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최종 서명만 남겨두고 있다.

러시아의 세르게이 랴브로프 외무차관은 이날 미국 ABC방송 프로그램 '디스 위크'(This Week)에 출연해 미국 제재에 대한 러시아의 보복 의지를 명확히 밝혔다.

그는 "만약 미국이 (양국 관계가) 악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기로 한다면 우리도 이에 답할 것이고 똑같이 대응할 것이다. 우리도 이를 반영할 것이고 반격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버락 오바마 전(前) 미국 대통령은 재임 말기인 지난해 12월 말 미 대선에서 러시아가 민주당 측 인사들의 이메일을 해킹했다는 정보와 관련, 자국 주재 러시아 외교관 35명을 추방하고 러시아 공관 시설 2곳을 폐쇄하는 등의 제재를 가한 바 있다.

당시 미국의 조치에 러시아도 즉각 응수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푸틴 대통령은 의외로 보복 제재를 단행하지 않고 미뤄 왔다.

푸틴 대통령으로서는 '브로맨스'로 불릴 만큼 긍정적으로 관측되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관계를 고려해 양국관계가 개선될 가능성을 살피며 새 행정부의 동태를 살피며 맞대응을 자제해왔다.

취임을 앞둔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와의 관계 개선을 주장하던 것에 기대를 건 것으로 보이지만 이후 미국과의 관계가 오히려 역행하자 강력한 맞제재를 결정한 것으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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