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8월말까지 123만명 빚 탕감…소멸시효완성채권 21조원 소각

입력 2017-07-31 14:13
수정 2017-07-31 14:58


정부가 다음 달까지 금융공공기관에 빚을 5년 이상 갚지 못한 장기 연체자 123만1000명의 빚을 탕감하기로 했다. 5년 이상 연체된 금융공공기관의 소멸시효완성채권 21조7000억원을 소각할 예정이다.

그동안 민간 금융기관이 소멸시효완성채권을 소각하는 경우는 있었으나 정부가 직접 채권을 소각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31일 최종구 금융위원회 위원장은 각 금융업권별 협회장 및 금융공공기관장들과 간담회를 개최하고, 금융권 소멸시효완성채권의 처리방안을 논의·확정했다.

소멸시효완성채권은 원리금을 연체한 기간이 오래돼 채무자가 빚을 갚을 의무가 사라진 채권을 뜻한다. 금융권 대출채권의 소멸시효는 통상 5년으로 이 기간이 지나면 빚을 갚을 의무가 없어진다. 그러나 법원의 지급명령 등을 통해 시효를 연체 발생 후 약 15년 또는 25년으로 늘릴 수 있다. 또한 시효 만료일 이후에 소액이라도 갚으면 다시 시효가 부활한다.

최 위원장은 "시효완성으로 상환의무가 없다는 사실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 채무자에게 일부 상환을 유도하거나 법원의 지급명령 등을 활용해 편법적으로 시효를 부활시키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며 "이러한 피해를 차단하고, 채무자의 부담을 완전히 해소하기 위해 소각 결정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우선 국민행복기금 등 금융공공기관 보유한 소멸시효완성채권부터 소각한다. 국민행복기금은 소멸시효완성채권 9000억원, 파산면책채권 4조6000억원 등 총 5조6000억원을 정리한다. 금융공공기관은 소멸시효완성채권 12조2000억원, 파산면책채권 3조5000억원 등 총 16조1000억원을 소각한다.

채권 소각은 기관별로 내규정비, 미상각채권 상각, 채권포기 의사결정 전산 삭제 및 서류 폐기 등의 절차를 통해 이뤄진다.

채무자는 오는 9월1일부터 본인의 연체채무가 소각됐는지를 해당기관 조회시스템 또는 신용정보원 소각채권 통합조회시스템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금융위는 이번 소멸시효완성채권 소각을 통해 채무 재발생 위험을 완전히 제거하고, 채무자의 심리적 부담을 해소하겠다는 방침이다. 또한 채무가 완제됐다는 증명서 등을 통해 채무자들의 금융거래 불편을 해소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민간부문의 소멸시효완성채권 소각도 독려할 계획이다. 금융위는 대부업을 제외한 민간부문 소멸시효완성채권 규모는 지난해 기준으로 약 4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민간 금융회사들도 소멸시효완성채권을 소각하는 것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며 "은행연합회는 소각을 위한 자체 기준을 만들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KB?신한?우리은행 등 일부 은행들은 작년 하반기부터 자율적인 소각을 실시 중이다.

금융위는 국민행복기금 및 금융공공기관 등이 채권을 소각한 구체적인 사례를 민간 금융기관에 전파해 자율적인 채권 소각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또 대부업체들이 소멸시효 완성채권을 재매각하는 것을 금지하고 불법 채권추심을 근절할 방침이다.

금융위는 앞으로도 이 같은 채권 소각을 이어갈 예정이다. 최 위원장은 "국회 정무위원회 여러 의원들과 긴밀한 협조를 통해 필요한 부분은 법제화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채권 소각이 도덕적 해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이에 대해 금융위 측은 "소멸시효 완성채권의 경우 법에 따라 더 이상 채권자의 상환 청구권이 없고, 채무자는 상환의무가 없다"며 "채무자의 상환의무가 없는 채권을 소각하는 것이므로 도덕적 해이 우려는 없다"고 했다.

김근희 한경닷컴 기자 tkfcka7@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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