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컨트리 리포트] '원톱' 무너지자 발톱 드러낸 2인자들

입력 2017-07-30 20:02
2018년 자민당 총재 경선
당내 '권력 누수' 본격화


[ 도쿄=김동욱 기자 ]
공고하던 ‘아베 1강(强) 체제’에 금이 가면서 차기를 노리는 정권 2인자들의 발걸음도 바빠졌다.

내년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이들이 아베 총리의 ‘대안’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가장 많은 주목받는 정치인은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외상이다. 교도통신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아베 총리는 내달 3일께로 예정된 개각에서 기시다 외상을 유임시킬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나다 도모미 방위상의 사임으로 기시다 외상은 현재 방위상직도 겸직하고 있다. 만약 개각에서 외상에 유임되지 않을 경우엔 간사장, 총무회장, 정조회장, 선대위원장 등 자민당 주요 ‘4역(役)’ 중 하나에 임명될 수 있다.

당초 아베 총리는 개각에서 기시다 외상을 경질할 것이란 관측이 많았다. 기시다 외상이 자민당 내에 적잖은 계파 의원(46명·당내 3위 계파)을 거느리고 있어 아베 총리의 잠재적 경쟁자로 분류되고 있기 때문이다.

기시다 외상은 당장 아베 정부와 각을 세우기보단 내년 자민당 총재 경선 때까지 상황 변화를 주시하며 ‘협력할 것은 협력하고, 견제할 것은 견제한다’는 입장을 세운 것으로 일본 언론들은 분석했다. “결속해서 정권을 지키려고 노력해야 한다”면서도 “아베노믹스의 부작용에 대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비판한 양면적 행보에서 그의 속셈을 읽을 수 있다는 얘기다.

2008~2009년 총리를 지낸 아소 다로(麻生太郞) 부총리 겸 재무상의 행보도 관심사다. 최근 몇 년간 아소 부총리는 군소 파벌과 일부 무계파 의원을 흡수해 자민당 내 아소파를 59명까지 늘렸다. 안보정책 등에서 아베 총리와 노선이 다른 의원들이 주축을 이룬다.

아베 총리가 소속된 최대 파벌 호소다파(96명)에 이은 2대 파벌을 구축하면서 “아베 총리가 위기에 처하면 전면에 나설 기반을 갖췄다”는 평을 듣고 있다.

2012년 자민당 총재 경선에서 아베 총리에게 고배를 마신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전 자민당 간사장 등도 ‘포스트 아베’ 정치인으로 꼽힌다.

도쿄=김동욱 특파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