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동맹·절차 '두 토끼 잡기'…사드 발사대 4기 사실상 배치 수순

입력 2017-07-28 19:40
성주 사드기지 일반 환경영향평가

한·미 관계 중대 변수 될 사드 환경영향 평가
이미 배치된 2기, 추가 공사뒤 북한 미사일 요격 가능
4기 추가배치 늦어질 땐 미국 압박 거세질 수도


[ 정인설 기자 ] 정부가 28일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환경영향평가를 둘러싼 잡음을 해결할 카드를 내놨다. 지난 4월 말 사드 발사대 2기를 배치한 기존 부지(32만㎡)는 소규모 환경영향평가를 하고 주한미군에 공여할 전체 사드 부지는 일반 환경영향평가 대상에 넣기로 했다. 기존 결정을 존중하되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는 과정을 추가해 한·미 동맹과 민심을 동시에 잡으려는 해법이라는 평가다. 하지만 사드 배치가 내년 이후로 연기돼 한·미 관계의 중대 변수가 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사드 배치 언제 완료되나

현재 경북 성주골프장에는 이미 국내로 반입한 사드 발사대 2기와 사격통제 레이더, 교전통제소 등이 임시 배치돼 있다. 원래 국방부는 4월 추가로 들여와 주한미군 부대에 보관 중인 사드 발사대 4기를 연내 배치하려 했다. 이렇게 되면 일반적으로 발사대 6기로 이뤄지는 사드 1개 포대 구성이 끝난다.

하지만 새 정부 출범 이후 상황이 달라졌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이후 연달아 사드 관련 지시를 쏟아냈다. 5월30일 국방부가 사드 발사대 4기를 몰래 국내로 들여왔다는 사실을 보고받고 진상조사를 하라고 했다. 6일 뒤엔 환경영향평가를 제대로 받으라는 지침을 내렸다. 국방부가 당초 미군 측에 70만㎡ 부지를 두 차례에 걸쳐 나눠 제공하려 했다는 사실을 숨겼다는 조사 결과를 보고받고 내놓은 조치였다.

다음날인 지난달 7일 국방부와 환경부를 중심으로 사드 환경영향평가를 논의할 ‘범정부 합동 태스크포스(TF)’가 꾸려졌다. 여기서 40일간 논의한 끝에 내린 결론이 이원화 전략이다. 기존 부지는 그동안 진행해온 소규모 환경영향평가를 실시하고 전체 사드 부지는 일반 환경영향평가 대상에 넣자는 게 골자다.

국방부는 “발사대 2기 등 이미 배치한 사드 장비는 주변 환경에 부정적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소규모 환경영향평가 보고서를 완성한 뒤 지난 24일부터 환경부와 협의 중이다. 조만간 환경부가 큰 문제를 제기하지 않으면 기존 부지에 대한 추가 공사를 시작할 방침이다. 사드 부지인 성주골프장 내 도로를 정비하고 클럽하우스와 골프텔을 숙소나 편의시설로 바꿔야 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사드 발사대 2기는 기본 작전 능력을 갖춘다.

국방부 관계자는 “공사를 끝내면 사드 발사대 2기는 임시 배치된 것을 넘어 일정 범위 내에서 북한 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과 사드 반대 주민 설득이 관건

국방부는 소규모 환경영향평가와 더불어 일반 환경영향평가 준비 작업도 시작한다. 주한미군과 협상해 추가로 제공할 부지 면적을 확정하고 전체 부지에 대한 일반 환경영향평가 절차에 돌입할 예정이다. 국방부는 전체 부지 면적이 60만~70만㎡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일반 환경영향평가는 보통 10개월에서 15개월가량 걸리지만 국방부는 최대한 절차를 앞당겨 내년 상반기 사드 배치를 완료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하지만 넘어야 할 산이 적지 않다. 우선 환경부와 국방부의 생각이 다를 수 있다. 최동호 대구지방환경청 기획평가국장은 “소규모 환경영향평가와 일반 환경영향평가는 규모 면에서 차이가 크다”며 “주민 의견 수렴 절차 과정이라든지 향후 사후 관리 등에서 일반 평가가 훨씬 복잡하다”고 설명했다. 국방부 계획과 달리 일반 환경영향평가가 1년 이상 걸릴 수 있다는 얘기다.

성주군 내 사드 반대 여론이 있는 것도 부담이다. 성주투쟁위원회는 이날 “일반 환경영향평가보다 더 강한 전략 환경영향평가를 시행하는 게 맞다”며 “이미 배치한 사드 장비를 모두 철수한 뒤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드 배치가 늦어지면서 주한미군은 임시 배치한 사드 발사대 2기를 전기가 아니라 기름으로 가동하고 있다. 사드 반대 단체들이 성주골프장으로 진입하는 도로를 막아 그 기름마저 헬기로 공수 중이다. 전기 대신 기름을 오래 쓰면 사드의 고장 확률이 높아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문제 때문에 미국과 갈등이 언제든 불거질 가능성이 있다. 또 일반 환경영향평가 실시가 ‘사드 연내 배치’라는 박근혜 정부 시절 한·미 합의를 뒤집는 것으로 읽힐 수 있다.

지난달 30일 한·미 정상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한국의 조치를 이해한다”고 했지만 미 공화당 강경파를 중심으로 문재인 정부의 사드 결정 변화를 비판하는 기류가 적지 않다. 특히 환경영향평가 기간이 길어지면 미국의 압박이 거세질 공산이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이번 결정이 중국의 사드 보복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될지도 미지수다.

국방부 관계자는 “모든 절차에 대해 충분히 주한미군과 협의하고 있다”며 “북한 미사일 위협이 고도화하고 있는 점을 감안해 사드 배치 시점을 최대한 앞당길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