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브프라임 사태' 예견했던 실러 교수 "미국 증시, 폭락 가능성"

입력 2017-07-28 19:01
수정 2017-07-29 05:21
기업 실적에 과도하게 반응
S&P500 평균 주가수익비율
'닷컴버블' 때처럼 위험 수준


[ 김현석 기자 ]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로버트 실러 예일대 교수(사진)가 미국 증시를 ‘폭풍전야의 고요함’에 비유하며 대폭 조정 가능성을 제기했다. 낮은 변동성과 높은 밸류에이션이 맞물려 폭락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의 거품 붕괴를 경고했던 실러 교수가 27일(현지시간) CNBC 방송에서 이런 주장을 한 뒤 상승하던 아마존 등 기술주는 하락세로 돌아섰다.

실러 교수는 이날 CNBC의 ‘트레이딩 네이션’에 출연해 “(최근 미 증시는) 변동성이 지극히 낮은 데다 주가수익비율(PER)은 설명하기 어려운 영역까지 상승하고 있다”며 “앞으로 시가총액이 대규모로 증발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주가는 기업 실적에 연동해 한 발씩 단계적으로 움직이는 것”이라며 “최근 상승은 기업 실적에 대한 과잉 반응에서 빚어진 결과”라고 지적했다.

실러 교수는 특히 바닥권까지 떨어진 변동성이 적신호라고 주장했다. 그는 “낮은 변동성은 폭풍전야의 고요함일 수 있다”며 “걱정 때문에 밤을 지새울 지경”이라고 말했다.

실러 교수는 경기조정주가수익비율(CAPE)이 30을 뚫고 오른 점도 경계해야 할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CAPE는 실러 교수가 개발한 지표로 경기 요인을 반영해 최근 10년간 S&P500지수의 평균 PER을 산출한 것이다. CAPE가 30을 넘어선 건 1929년 대공황과 2000년 전후 닷컴 거품이 무너졌을 때뿐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CAPE가 높을수록 향후 10년간 증시 수익률은 낮아진다. 1980년 이후 CAPE 평균치는 19 정도다. 그는 자신의 예상대로 주가가 조정받을 경우 그 폭이 상당히 클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런 경고는 뉴욕증시가 연일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우는 등 랠리를 이어가는 가운데 나온 것이다. 이날도 3대 지수가 개장 직후 동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상승하다가 실러 교수가 방송에 나온 낮 12시께부터 기술주들이 하락세로 전환해 다우지수만 역대 최고 기록을 세우는 데 그쳤다. 다우지수는 85.54포인트(0.39%) 오른 21,796.55를 기록했고, S&P500지수는 2.41포인트(0.10%) 하락한 2,475.42에, 나스닥지수는 40.56포인트(0.63%) 내린 6,382.19에 마감했다.

실러 교수는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경제학자 100인에 꾸준히 꼽혀 왔으며 2013년 노벨경제학상을 받았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