윌파·올드버리 원전 등…계약 성사되면 총 4기 운영 맡을 듯
영국, 한전에도 러브콜
"한국 원전 기술 싸고 안전…공사기간 중국·프랑스보다 짧아"
정부, 수출 안 막는다지만
업계 "국내서 공사 못하면 부품사 등 도산 속출할 것"
[ 김익환 / 이태훈 기자 ] 한국수력원자력이 영국 원자력발전소 사업 지분 인수를 타진 중이다. 계약이 성사되면 한수원은 영국 원전 4기의 운영을 맡을 가능성이 있다. 이에 앞서 영국 정부는 한국전력에 원전 3기의 건설을 부탁하기도 했다. 한국 원전 기술력을 높이 산 영국이 잇따라 국내 원전업계에 ‘러브콜’을 보내고 있지만, 정부의 ‘탈(脫)원전’ 정책 때문에 수출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영국 잇단 러브콜
27일 원전업계에 따르면 영국 중부의 윌파에 2020년 중순까지 원전 2기를 건설하기로 한 호라이즌뉴클리어파워가 최근 한수원에 지분 인수를 제안했다. 호라이즌의 모회사는 일본 히타치제작소다. 호라이즌은 사업비의 35%가량을 지분투자 형태로 충당할 계획이다. 이에 대해 한수원 관계자는 “히타치가 사업 협력을 제안해 실무적으로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윌파 원전 2기의 발전용량은 2.7기가와트(GW)다. 투자비는 100억파운드(약 14조5600억원)로 추산된다. 2015년 폐쇄돼 해체작업을 벌이고 있는 매그녹스 윌파 원전 옆에 건설될 예정이다.
한수원이 지분을 인수하면 윌파 원전의 운영을 맡을 가능성이 있다. 원전 수출 시 한전은 건설을, 한수원은 운영을 맡는 게 일반적이다.
호라이즌은 영국 올드버리에도 원전 2기를 지을 계획이다. 지분 인수 시 한수원이 총 4기의 원전 운영을 맡을 수 있다.
한수원 모회사인 한전은 영국 북서부 무어사이드 원전 건설사업에 뛰어들 준비를 하고 있다. 그레그 클라크 영국 기업·에너지·산업전략부 장관이 지난 4월 방한해 “한전은 아랍에미리트(UAE) 원전을 성공적으로 수주하는 등 경험이 많은 만큼 성공적인 투자 파트너 관계가 되길 바란다”며 직접 ‘구애’를 하기도 했다.
영국은 총 13기의 원전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한수원과 한전이 사업 참여에 성공하면 13기 중 7기의 건설이나 운영이 한국 회사에 의해 이뤄지게 된다.
◆국내에선 “원전 필요없다”
한국 원전의 건설 단가는 킬로와트(㎾)당 1556달러다. 경쟁국인 중국(1763달러) 러시아(2993달러) 일본(3009달러) 프랑스(3869달러) 등에 비해 낮다. 공사기간도 한국은 평균 56개월로 중국(68개월) 프랑스(126개월)에 비해 짧다. 고장 정지율은 한국 원전이 1.1%이고 중국 1.5%, 일본 3.9%, 러시아 4.2%, 프랑스 8% 등이다. 그동안 프랑스 회사에 원전 건설을 주로 맡겼던 영국이 한국에 원전 건설과 운영을 부탁하는 이유다.
정부는 탈원전 정책을 시행해도 원전 수출은 막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국내에서 원전을 짓지 못하면 관련 기술 개발이 더뎌질 뿐 아니라 업체들이 도산해 수출길이 막힐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주한규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원전 수출이 일반 공산품처럼 자주 이뤄지는 게 아니다”며 “국내에서 원전을 안 지으면 원전 설비 제작 업체, 부품 및 자재 공급 업체, 연구 개발 업체가 문을 닫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익환/이태훈 기자 lov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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