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담배값 인하하면 부자증세 말짱 도루묵?

입력 2017-07-26 14:57
수정 2017-07-26 15:06
초고소득층 증세 통한 추가 세수 3.8조원
담배가격 환원시 연 5조원 세수 줄어 증세 효과 사라져

정부·여당안에서 증세논의가 한창인 가운데 자유한국당이 담배값을 2500원으로 되돌리는 법안발의를 준비하고 있어 주목된다. 담배값이 종전 2500원으로 환원될 경우 줄어드는 연간 세수 규모가 약 5조원에 달하기 때문이다.이는 정부여당의 초고소득층·초대기업 증세를 통해 확보할 수 있는 약 3조8000억원 세수를 뛰어넘는 규모다. 담배값을 환원할 경우 증세 효과가 사실상 사라지는 셈이다.

이현재 자유한국당 정책위의장은 26일 “담배가격을 4500원에서 2500원으로 2000원 내리는 법안을 준비하고 있으며 조만간 발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국당이 준비중인 법안은 담배가격을 2000원 내린 후 2년마다 물가상승률을 반영해서 점진적으로 올리는 내용이다. 한국당의 담배값 인하는 지난 대선 당시 홍준표 후보의 대선 공약 중 하나였지만 여권이 복지 세원 마련을 위한 증세논의에 불을 지피는 상황에서 담배값 인하 법안을 들고 나와 파장을 낳고 있다. 담배값 인하로 인한 세수 감소가 정부의 초고소득층 증세 효과를 상쇄하는 규모인데다 2015년 담배값 인상 당시 ‘서민 증세’라며 강하게 반발했던 민주당 입장에서도 대놓고 반대하기가 쉽지 않은 사안이기 때문이다. 추미애 민주당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한국당의 담배값 인하 법안발의에 대해 “박근혜 정권에서 국민건강을 위한다는 담배세 인상명분이 거짓이었을을 실토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다만 “민감한 문제인 만큼 진중하고 정직한 자세로 세금문제를 다뤄야 한다”며 가격 환원에는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민주당 관계자는 “한국당이 여당 시절 반대속에서 일방적으로 가격을 올려놓고 야당이 되자 가격을 다시 내리자는 주장은 자기모순적일 뿐 아니라 정책을 스스로 희화화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담배가격 인상 이후 늘어난 세수는 당초 2조~3조원으로 내다본 정부 예상을 뛰어넘는 규모다.2014년 7조원인 담배세수는 2015년 10조5000억원으로 늘었으며 지난해에는 12조4000억원으로 급증했다. 담배가격 인상으로 인한 추가세수가 지난해만 약 5조4000억원에 달하는 셈이다. 여당으로 입장이 바뀐 민주당 입장에서는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과제 이행을 위한 증세논쟁까지 마다하지 않는 마당에 연 5조원의 세수를 포기하기란 쉽지 않다. 자유한국당이 법안을 발의하더라도 국회에서 실제로 관련 법이 통과되기 쉽지 않은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