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은 오리지널 전쟁터인데…국내는 여전히 TV·BJ천하

입력 2017-07-26 08:21
넷플릭스·유튜브·아마존 오리지널 콘텐츠 경쟁
국내 동영상 플랫폼, TV클립영상·1인방송 의존도 높아



# "우리는 좋은 스토리에 국경이 없다는 것을 믿는다."

세계 최대 동영상 스트리밍 업체 넷플릭스는 비영어권 오리지널 콘텐츠를 만드는 이유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스토리의 힘은 통했다. 넷플릭스 회원 수는 지난 4월 1억명을 돌파했다. 올 2분기에만 520만명의 신규 회원을 모았고, 이 중 410만명이 미국 외 해외 가입자였다. 넷플릭스는 올해 콘텐츠 제작에 60억달러(약 6조6800억원)를 투자하기로 했다.

# 지난 2월 통합 '카카오TV' 출범과 함께 화제가 된 것은 인기 BJ(1인방송 진행자)들의 행보였다. 카카오는 '대도서관' '윰댕' '김이브' 등 기존 플랫폼에서 활동 중이던 인기 BJ들을 대거 끌어들였다. 네이버의 동영상 플랫폼 '브이(V) 라이브'에서는 연예인 등 유명인들이 개인방송을 한다. 연예인의 일상이나 공연 뒷얘기 등을 보여주는 게 주요 컨셉이다.

국내 동영상 서비스 업체들이 글로벌 주자들과는 다른 콘텐츠 전략을 펼치면서 격차 좁히기에 애를 먹고 있다. 시장을 선점한 넷플릭스, 유튜브 등은 자체 제작 '오리지널 콘텐츠'로 전력을 끌어올리고 있다. 반면 국내 동영상 서비스 업계는 여전히 1인방송과 TV방송 콘텐츠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상황이다.

◆동영상 강화한 네이버·카카오, 오리지널은 없다

현재 네이버의 동영상 플랫폼에는 네이버가 직접 제작해 독점 공급하고 있는 콘텐츠는 없다. 자회사인 네이버웹툰과 스노우가 공동 출자해 만든 동영상 제작 법인 '플레이리스트'가 웹드라마를 자체 제작하고 있지만 네이버 독점 유통은 아니다. 네이버 관계자는 "네이버가 제작 투자에 참여하거나 기획 후 외주업체에 맡겨온 경우는 있지만, 직접 제작한 것은 없다"고 말했다.

'네이버TV'의 핵심 콘텐츠는 TV방송 클립영상(하이라이트를 담은 짧은 영상)이다. 네이버TV의 인기 동영상 상위권은 대부분 TV 예능, 드라마의 클립영상이 차지하고 있다. 콘텐츠 제작사나 1인 창작자와 손잡고 제공하고 있는 콘텐츠도 일부 있다. 네이버TV는 다음달부터 구독자수 1000명 이상을 확보한 1인 창작자 등을 대상으로 라이브 방송 기능도 도입할 계획이다.

동영상 플랫폼 사업을 강화하고 있는 카카오도 비슷한 상황이다. 카카오TV는 TV방송 클립영상과 함께 인기 BJ들의 방송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올 초 다음tv팟과 통합 이후 동영상 업로드, 수익 관리 등 BJ들을 위한 기능도 대폭 강화했다.
◆글로벌 기업 오리지널 콘테츠, 국경 넘어 훨훨

반면 글로벌 업체들은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오리지널 콘텐츠의 대가(大家) 넷플릭스는 물론 유튜브, 아마존 역시 자체 제작 콘텐츠 확보에 공을 들이고 있다.

유튜브는 유료 서비스 '유튜브 레드'를 통해 '유튜브 오리지널'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다. 지난 4월에는 아이돌그룹 빅뱅이 출연하는 예능 '달려라, 빅뱅단'을 공개했다. 이는 유튜브가 미국 이외 국가에서 처음으로 만든 오리지널 콘텐츠였다.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아마존도 올 초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를 전세계 200개국에 출시했다.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 역시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에 적극적이다. 아마존은 올해 45억달러(약 5조100억원)를 콘텐츠 분야에 투자할 예정이다.

토종 업체들의 오리지널 콘텐츠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작품들이 큰 반향을 일으키지는 못했다. 카카오는 자사 웹툰 플랫폼인 '카카오페이지'를 통해 오리지널 웹무비 '눈을 감다'를 선보였지만 흥행 성적은 저조했다. SK브로드밴드의 '옥수수'가 자체 제작한 10여편의 웹예능, 웹드라마도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다.

국내 업계는 오리지널 콘텐츠에 대한 공감대는 있지만 현실적인 벽이 높다고 입을 모은다. 글로벌 대작과 맞설 킬러 콘텐츠를 만들려면 작가와 감독, 인프라에 대한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데, 글로벌 업체와 달리 이용자 기반이 한정된 국내 업체에게는 쉽지 않은 선택이란 설명이다. 국내 플랫폼 업체 입장에서는 콘텐츠 제작 역량을 보유한 연예기획사에 대한 전략적 투자가 현실적 대안인 상황이다.

동영상 플랫폼 업체 관계자는 "외부 콘텐츠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자체 제작 콘텐츠가 필요한 상황이지만, 내부에 동영상 제작 역량이 없어 어려움이 많다"고 토로했다.

박희진 한경닷컴 기자 hotimpac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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